카드사 정보유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지주사와 국민은행·국민카드 경영진 27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또 손경익 NH농협카드 사장도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앞서 최수원 금융감독원장은 KB국민·농협·롯데카드 등 3개 카드사 정보유출과 관련해 “해당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는 자회사인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관련자들의 책임을 조속히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사실상 금융당국이 정보유출 카드사 경영진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KB금융은 지주 부사장 이하 모든 집행임원 10명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이하 임원 8명, 국민카드 심재오 사장 이하 임원 9명이 사표를 냈다.
임영록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단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그 이후) 이 일과 관련해 책임질 일이 있는 분은 선별적으로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심재 사장은 국민카드의 고객정보 5천300만건이 유출돼 카드 3개사 가운데 가장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사태 수습과 별개로 사의가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관계자는 "이번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카드 사업을 총괄하는 손 사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김주하 은행장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의 박상훈 사장도 조만간 거취를 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됐다. 지난 2009년 2월부터 취임, 한 차례 연임해 6년째 사장 자리에 있는 그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일단 오늘은 사퇴하지 않을 것 같다"며 "현재 고객의 민원 접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정보유출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은 긴급 당정협의를 통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TF를 구성해 신용정보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과 함께 필요하다면 제도적·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