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을 부르짖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 발등을 찍게 생겼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50여 언론과의 공동취재한 보고서에서 시진핑과 덩샤오핑, 원자바오 등 중국 고위층 친인척들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사모아 등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취재에 참여했다. ICIJ는 조세피난처 내 유령회사 설립을 도와주는 업체 포트쿨리스트러스트넷과 커먼웰스트러스트리미티드의 내부 기밀자료 250만건을 확보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 주소를 둔 고객 약 2만2000명과 대만 고객 1만6000명을 찾아냈다.
ICIJ는 이렇게 유령회사를 세워 중국에서 해외로 유출된 자산이 최소 1조 달러에서 최대 4조 달러(약 427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그 가운데 시 주석의 매형인 덩자구이는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부동산개발업체 엑설런스에포트 지분 50%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민총리로 인기가 많았던 원자바오 전 총리의 가족은 곳곳에 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인 원윈쑹은 지난 2006년 버진아일랜드 트렌드골드컨설팅의 단독 임원이자 주주였으며 사위인 류춘항은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를 세우고 2006년까지 이를 유지했다.
ICIJ는 원 전 총리의 딸인 원루춘이 세운 회사의 컨설팅 비용을 JP모건체이스가 대납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뒷받침할 근거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시진핑과 원자바오는 물론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덩샤오핑, 리펑 전 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ㆍ현직 위원 5명의 친인척들이 명단에 포함됐다고 ICIJ는 덧붙였다.
재계 쪽에서도 중국 메이저 IT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최고 여성 갑부인 양후이옌, 부동산개발업체 소호차이나의 장신 설립자 등이 유령회사를 세웠다. 페트로차이나와 코스코 등 국영기업도 명단에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령회사 설립이 불법은 아니며 중국 기업들은 종종 외국 자회사를 관리하고자 이를 이용하지만 부패한 관리들이 부정한 행위로 번 돈을 숨기는 용도로도 쓰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발표가 나가자 자국에서 ICIJ 웹사이트는 물론 관련 뉴스를 차단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는 시진핑과 원자바오 일가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보도한 이후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