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코 앞인데, 많이 못 팔았어요. 그나마 생활용품 코너는 장사가 되려나….” 지난 22일 오후 2시,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만난 수산물 선물세트 판매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님이 너무 없어서 민망할 정도”라면서 “구매고객은 물론 유동고객 자체가 예년 절반 수준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불황은 맞나보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자가 저녁까지 지켜봤지만, 설날 선물을 사려는 고객들은 많지 않았다. 10만원대 이상 가격이 주종을 이루는 정육 선물세트 코너에는 판매원이 아예 자리를 비웠다. 몇 시간 후 정육세트 코너를 둘러보러 온 직원은 “거의 안 팔린다. 문의하는 손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 업계가 설날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이 작년보다 증가했다고 발표한 ‘깜짝 실적’ 결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 3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저가 실속형 상품과 함께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 매출도 급증했다. 백화점 3사 역시 예약판매 매출이 평균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 동대문점 관계자는 “판매량이나 유동고객이 작년 설과 비교하면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지갑 사정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인율이 높은 예약판매로 몰려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오후 5시에 찾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견과류 세트를 판매하는 직원은 “지방 배송 마감일이 내일인데도 보다시피 사람이 없다”며 “작년보다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힐끗힐끗 구경만 할뿐 정작 구매는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저녁 8시에 찾은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제법 북적였다. 홍삼코너 판매원은 “어제에 비해 오늘은 손님이 조금 있는 편이지만, 판매율은 그리 좋지않다”면서 “(손님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싸게 구입했다면서 가격만 물어보고 시식만 하고 가버린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쇼핑카트에 참치와 식용유 선물세트를 담은 주부 이선영(34세·갈월동)씨는 “설 준비가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여유롭지가 않아 올리브유나 햄 세트처럼 실용적이고 비교적 저렴한 선물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점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면서 설날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다. 할인이 많은 예약 판매가 100% 이상 증가했다는 것 자체가 이를 입증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예약판매 급증은 불황의 한 트렌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할인 상품을 찾기 때문에 사전 예약판매가 급증한 것”며 “업체들도 본 판매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약판매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은 명절 2~3일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 기대감을 놓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