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구사일생(九死一生)’이다.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사태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흔들리던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일단 위기를 넘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론을 달래기 위해 경제팀을 쫓아내기보다는 부총리에 대한 엄중한 경고 선에서 이번 일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현 부총리 이번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 매번 교체설이 불거졌지만 그 때마다 대통령의 신임 발언으로 살아나 정책에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신임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악재가 터지는 ‘징크스’도 반복됐다.
교체론이 처음 불거진 거슨 지난해 중순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현 부총리의 위기는 취임과 동시에 시작됐다. 여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으며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에서는 현 부총리를 영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여전했다.
첫 교체설의 발단은 박 대통령이 취득세 영구인하 문제를 둘러싼 부처간 불협화음을 질타하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지만 그 배경에는 현 부총리를 머뜩찮게 생각하는 정치권권과 여론의 시각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경제팀이 잘 하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두 번째 교체설이 불거진 것은 현 부총리가 대통령의 신임 발언으로 탄력을 받은 직후였다.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중산층 증세’ 논란을 야기하면서 메가톤급 이슈로 떠오른 것. 정부는 현 부총리가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고 사과한 뒤 서둘러 수정안을 발표해 사태를 수습했고 기획재정부 내에는 정무적 판단을 강화하기 위한 소규모 조직개편도 뒤따랐다.
이번 카드사 고객정보유출로 불거진 세 번째 위기도 대통령의 신임 직후 찾아왔다. 연초 불거진 개각설에 대해 박 대통령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신임발언을 한 후였다. 사태의 크기와 발언의 부적절성,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심각성이 매우 높았다.
대통령은 또 한 차례 현 부총리에게 기회를 줬다. 다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발언에는 앞선 두 차례와 달리 ‘재발시 문책’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대통령이 현 부총리의 말실수를 공식 거론한 점은 사실상 경제팀에게 준 '마지막 경고'라는 풀이가 나온다.
경제팀 문책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카드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현 부총리에게는 추가 피해없이 카드사태가 진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숙제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