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정보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은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타 신흥국들의 위태로운 모습과는 다른‘강한’모습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2013년 12월 및 연간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707억3000만달러로 2012년 480억8000만달러 보다 무려 1.5배 늘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는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경상수지는 1998년 이후 16년째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 수준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 국장은 이어 “우리 경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경제는 생각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도 607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전년의 398억2000만달러에 비해 1.5배나 증가했다. 상품수지 수출은 5709억2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3% 늘었으나 수입은 5102억10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0.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생긴‘불황형 흑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 국장은 “상품수지 수입이 줄어든 것은 수입 물량이 늘었음에도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불황형 흑자에 동의할 수 없다”며“지난 27일까지 수출입 흐름을 보면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비스수지는 60억달러로 전년(57억3000만달러)에 이어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사상 최대치도 2년 연속 경신했다.
정 국장은 “수출의 주력 품목인 모바일폰 등은 중국 등에서 생산해서 수출하기 때문에 중계무역에서 발생한 마진이 서비스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서비스수지를 구체적으로 보면 건설을 비롯한 기타서비스수지에서 53억1000만달러 흑자를 내고 운송수지에서 80억2000만달러 흑자가 났다. 반면 여행수지는 73억3000만달러 적자가 났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아닌 자본 유출입만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에서 유출초 규모는 72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치인 2012년의 513억7000만달러 유출초를 넘어섰다.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64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2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57억1000만달러로 전달의 61억8000만달에 비해 줄었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같은 기간 7억달러 적자에서 4억4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한편 한은은 지난 9일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550억달러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