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선점하라.’ 세계 태양광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지난 수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견뎌낸 기업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3년은 태양광 업계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2011년 초부터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태양광모듈의 가격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80% 이상 떨어졌다. 태양광 버블에 우후죽순 생겨난 기업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 고용창출 산업이라는 찬사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애물단지라는 오명으로 퇴색했다. 현재 태양광 업계에서 ‘잃어버린 3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2012년 세계 3위 태양광 기업인 독일 큐셀의 파산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듬해 세계 1위 태양광모듈 업체인 썬텍이 파산했고, 유럽의 최대 기업인 코너지가 문을 닫았다. 이외에도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 있는 수많은 태양광 기업들의 공장에 육중한 빗장이 걸렸다. 큐셀은 한화의 품에 안겼고, 썬텍과 코너지는 현재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도 웅진폴리실리콘, KAM, LG실트론, 미리넷솔라, 경동솔라 등 상당수 기업이 문을 닫거나 태양광 사업을 접었다. 태양광 밸류체인의 시작점인 폴리실리콘 부문의 경우 시범 생산 중인 한화케미칼을 제외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곳은 국내 1위 업체인 OCI뿐이다.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는 태양광 업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셰일가스는 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을 부추겨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높은 태양광 수요를 급감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호황을 누렸던 지난 2008~2010년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업황 회복에 대한 청신호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중국, 일본, 미국 정부의 지원과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체에너지에 대한 꾸준한 수요 확대로 올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최대 50GW(기가와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5GW 규모에 비해 1.4배 증가한 것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침체는 시장을 선도하던 3년 전 일어난 유럽 재정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면서 “여기에 공급 과잉 현상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은 혹독했지만 결과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체질이 강화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폴리실리콘 공급 가격이 줄곧 오르고 있는 점은 업황 회복의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폴리실리콘 국제 거래 가격은 1kg당 10달러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7주 연속 상승, 지난 22일 현재 20.9달러를 기록했다. 폴리실리콘 업계가 바라보는 손익분기점인 1kg당 25달러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심리적 기준점을 넘어섰다는 데 의미가 크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매일 생존을 걱정하던 격정의 시기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일본 정부가 태양광 발전차액제도(FIT)를 신설하는 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은 국내 업체들의 새로운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둠이 걷히고 다시 한 번 ‘햇빛 전쟁’이 재현될 수 있을지, 태양광 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