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씩 돌려받은 이들도 있었고, 언론에서도 ‘13월의 월급’ 혹은 ‘3월의 보너스’라 부르며 환급금에 대한 기대를 심어놓았던 터라 이즈음 직장인들이 ‘공돈’(실제로는 아니지만)이 얼마나 생길까에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주변에선 ‘계산을 해보고 속상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환급금이 예년보다 줄었거나, 전과 달리 세금을 더 내야할 판이라는 하소연들이다.
이제 더 이상 13월의 월급 또는 보너스란 없을지도 모른다. 과세당국의 조세행정이 원천징수액을 실제 결정세액에 가깝게 책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이란 매달 월급에서 일괄적으로 떼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과 실제 소득·지출에 따라 부과되는 결정세액의 차액만큼을 이듬해 초 환급하거나 추가 납부토록 한 제도다. 정부는 그간 원천징수액을 예상 결정세액보다 높게 잡아 대다수 직장인에게 적잖은 세금을 돌려줬지만, 이젠 적정한 만큼만 원천징수키로 하면서 환급금도 덩달아 줄게 된 것이다.
정부가 2012년 9월부터 원천징수액을 평균 10%씩 줄였기에 2013년 초의 연말정산에선 이 여파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엔 매달 평균 10%씩 세금을 덜 냈던 만큼, 단순 계산하면 이번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도 평균 10%씩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20%에서 15%로 축소되고, 의료비와 교육비 등에 대한 1인당 소득공제액이 2500만원으로 한정되는 등 제도가 바뀐 데 따른 영향도 있다.
국세청이 최근 펴낸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들이 받아간 연말정산 환급액은 총 4조6681억300만원. 전년에 비해 2206억5100만원이 작아졌지만 올해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내년부터는 기존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비용으로 인정받는 소득항목이 대폭 줄고 과세대상 소득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매년 세법개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앞으로도 환급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다분하다.
하지만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었다고 해서 노여워하거나 슬퍼할 필요 없다. 연말정산 제도 자체가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는 까닭이다. 애당초 환급금이란 미리 냈던 세금을 돌려받는 것일 뿐이다. 환급금이 없다는 건 딱 적정한 만큼 세금을 부담해왔다는 뜻이고,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다면 오히려 먼저 냈던 세금에 대한 이자만큼 손해를 보는 것과 같다. 소득공제를 많이 받아 환급금을 올릴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 일부러 의료비나 교육비 등 지출을 늘리고 싶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점차적으로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는 이도, 더 내는 이도 적어지는 게 이상적이다. 연말정산 시즌이라고 해서 세금 돌려받는 이들과 토해내야 하는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전국의 직장인들이 들썩거리는 풍경은 이제 그만 사라져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