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특허동맹을 결성한 삼성전자가 다음 달 애플과 특허 소송 2라운드를 벌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달 19일 이전에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타협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 시스코 등과 특허동맹을 통해 애플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소송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오는 3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에서 2차 특허 소송에 돌입한다. 이번 소송은 애플이 지난 2012년 초 삼성 갤럭시 넥서스를 비롯한 7개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열린 배상금 관련 소송과는 별개 사안이다. 재판부는 양측에 특허권은 5개, 공격 대상 제품은 10개로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단어 자동 완성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시리 통합 검색 △데이터 동기화 △밀어서 잠금 해제를 공격 무기로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원격 영상 전송 △업링크 패킷 데이터 전송 정보 △부정기 데이터 전송 등 4건의 특허로 대응에 나선다.
삼성전자의 소송 대상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 10.1’까지다. 삼성전자로서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4가 소송에 포함되지 않는 점이 다행스럽다. 애플은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및 아이패드4까지 포함됐다.
이번 소송은 구글 안드로이드의 핵심 운영 원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거대한 특허 동맹군을 결성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삼성전자는 6일 통신장비 시장 선두기업인 시스코와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앞서 5일(미국 현지시간)에는 시스코와 구글이 같은 내용의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고 IT 기업간의 3각 특허 동맹이 탄생한 셈이다.
내달 소송전에 앞서 특허 공세를 퍼붓고 있는 애플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3만건, 유럽에서 1만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의 통신 관련 특허도 5만건에 달한다. 시스코 역시 최근 10년 간 41개 회사를 인수해 1만건에 달하는 특허를 가지고 있다. 애플과의 2차 소송에서 이들 동맹군은 삼성전자의 든든한 지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애플과 달리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널리 인식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2차 특허 소송을 앞두고 구글 등과 특허 동맹을 결성한 것은 애플을 고립시키고, 삼성은 화합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절묘한 한 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