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식량자급자족’ 정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국무원은 이번 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곡물 생산량을 오는 2020년까지 약 5억5000만t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수확량인 6억200만t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또 가이드라인은 “곡물 생산량 유지도 중요하지만 식품안전과 품질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곡물 생산규모에 대해 덜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미 인구가 많아 식량자급자족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데올로기적 집착보다는 실용주의적인 행보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으로 중국은 이미 지난 2004년 식품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중국은 고기와 채소, 과일 등의 공급 확대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내다봤다. 이들 부분은 농촌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식생활의 변화에도 부합한다.
중국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한 것은 1930~40년대 기근으로 농촌사회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개방 전 30년간 중국은 곡물생산 확대를 강조했으나 비효율적이고 맹목적인 정책으로 오히려 식량난만 가중시켰다.
중국은 1950년대 후반 대약진 운동 당시 무려 3000만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개방과 함께 정부의 통제가 다소 느슨해지면서 곡물뿐 아니라 과일과 야채, 고기 등 모든 식품 생산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