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판 대주주는 배부른데…"

입력 2006-04-17 08:12 수정 2006-04-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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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에 경영권 매각 기업, 주가는 급락…투자자 '울상'

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경영권을 매각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일까, 악재일까.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회사를 파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 매겨진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는 막대한 차익을 거둔 반면 뉴스를 접하고 해당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재미를 못 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토대로, 4월 들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한 코스닥기업 6곳의 경영권 매각단가와 주가를 비교해 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반도체업체 위디츠는 2세 경영인 이준협 대표가 지난 10일 보유지분 중 400만주와 경영권을 주당 6000원에 매각했다. 전날 종가(3460원) 대비 73.4%의 경영권프리미엄이 매겨진 가격이다. 이에따라 이준협 대표는 101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을 듣고 발표 당일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18%을 손실을 맛봤다. 발표 이후 이 회사의 주가가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어울림정보기술에 경영권을 매각한 CCTV 제조업체 전신전자도 마찬가지였다.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장남이자 전신전자의 대표인 박경원씨는 지난 5일 171만2666주와 경영권을 주당 8404원에 매각했다. 전날 종가(4130원) 대비 103%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 이로인해 박씨는 73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후 회사의 주가는 이틀날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하락, 투자자들은 최고 18%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지난 12일 장외기업 썬테크에 경영권을 매각했다고 발표한 썬코리아전자도 마찬가지다. 전날 종가(2585원)대비 74% 높은 주당 4500원(총 219만7779주)에 경영권이 팔렸다. 경영권을 판 최대주주 신규섭씨는 현 시세보다 42억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반면 썬코리아전자의 주가는 이튿날인 13일에는 5.72% 하락했고, 14일에도 등락을 거듭한 끝에 보합으로 마감, 투자자들은 큰 재미를 못 본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케이스 생산업체 모티스의 경우, 모회사 에이도스의 지분이 지난 11일 장외엔터테인먼트 기업 엔턴에 매각되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모티스의 주가는 사흘간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밖에 서원아이앤비의 경우, 정상용 대표이사가 현 주가(540원)의 1572%에 이르는 9032억원에 경영권을 팔았다. 이 회사는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렸다가, 재감사를 받아 오는 17일 거래가 재개된다.

이달 들어 경영권을 매각한 기업중 엔틱스소프트만 유일하게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장외 바이오업체 헤파호프코리아에 매각된 이 기업은 이후 사흘째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경영권 매각 재료가 있는 종목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M&A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가 거품이 빠지면서 손실을 맛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염두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시장이 영업양수도, 주식교환 등을 통한 주인바뀌기 작업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이 바뀌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나타니지만, 미래의 수익을 예상으로 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경우 상당부문 디스카운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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