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반향’을 주제로 열린 폐막식 공연에서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1000명의 범러시아 어린이 합창단이 러시아 국가를 불러 폐막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참가국 국기 입장 뒤에는 선수들의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한국은 개막식 기수인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5·서울시청)이 다시 한번 기수로 나서 눈길을 모았다.
이어진 예술공연에서는 말레비치, 칸딘스키, 샤갈 등 러시아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주제로 바이올리니스트 타티아나 사무일이 알프레드 슈니트게의 폴카를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를 연주했고, 세계적 라이벌 발레단인 볼쇼이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은 천일야화를 모티브로 한 세헤라자데 공연을 펼쳤다.
특히 올림픽 스타디움에 울려퍼진 아리랑은 소치의 밤을 잔잔한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동행’을 주제로 한 평창 공연에서는 이종길 국립국악원 수석연주자의 가야금 연주를 시작으로 성악가 조수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서, 피아니스트 양방언, 가수 이승철의 아리랑 합창이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그러나 올림픽 효과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많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 준비에 510억 달러(54조8000만원)를 투입, 사상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한 올림픽으로 기록됐지만 시설물 대부분이 활용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연간 17억~22억 달러(1조8000억~2조3000억원)의 유지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평창은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숙박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등 시설물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규모로 확충되는 인프라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복합적 관광 비전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회 연속 ‘톱10’ 진입 실패…파벌싸움·부상·불운 악재도
금3, 은3, 동2. 3회 연속 ‘톱10’ 진입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 선수단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순위 13위를 차지하며 17일간의 도전을 마쳤다.
금13, 은11, 동9(합계 33개)를 획득한 개최국 러시아는 전통 강호 노르웨이(금11·은5·동10)를 따돌리고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특히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안(29·한국명 안현수)은 쇼트트랙에서 8년 만에 3관왕에 오르는 진기록을 수립, 러시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반면 한국은 대회 초반 메달을 기대했던 이승훈(26), 모태범(24·이상 대한항공) 등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잇따라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많은 과제를 남겼다.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여자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첫 금메달을 따냈지만 믿었던 쇼트트랙에서 부진, ‘톱10’ 진입 실패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특히 대회 기간 중 불거진 파벌싸움과 핵심 선수의 부상, 거기에 불운까지 겹치면서 남자 쇼트트랙은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순간은 단연 ‘피겨 여왕’ 김연아의 경기였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우월한 경기를 펼치고도 석연치 않은 채점으로 개최국 러시아 선수(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금메달을 내주는 불운을 맛봤다.
비록 목표했던 ‘톱10’ 진입은 실패했지만 성과도 있었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빙속 여제’ 자리를 굳게 지켰고, 박승희(22·화성시청)는 쇼트트랙 2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강자로 군림했다. 김연아(24)는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며 명예롭게 마지막 무대에서 내려왔다. 또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17·세화여고)와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의 최재우(20·한체대)라는 확실한 평창 유망주가 발굴돼 4년 뒤 평창을 향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자 컬링은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했고, 스켈레톤 윤성빈(20·한국체대)은 16위에 오르며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1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