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국가의 핵심 성장동력 산업으로 변화했다. 첨단 건조 기술을 앞세운 조선 업체들은 해외 유명 바이어들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장기화된 글로벌 조선 경기 불황에도 국내 기업들은 해양플랜트 설계와 생산현장의 혁신을 바탕으로 굵직한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여세를 몰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표적 조선사들은 수주 목표를 상향하는 등 올해를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특수선 건조 부문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선업계의 ‘맏형’ 현대중공업…LNG-FSRU세계 첫 건조= 현대중공업은 1975년 해양플랜트 분야에 뛰어든 이후 엑슨모빌, BP, 쉘, 토탈 등 전 세계 30여개 주요 회사로부터 수주한 180여개의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1976년 수행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의 해상유조선정박시설 공사는 우리나라 해양 석유개발설비 제작의 시발점이 됐다. 해양플랜트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물량을 수주, 현재 노르웨이 골리앗 FPSO(생산저장하역 설비) 등 22개의 해양 프로젝트를 야드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9일 세계 최초로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건조에 성공했다. 2011년 노르웨이 회그LNG로부터 수주한 이 설비는 축구장 3배 크기인 길이 294m, 폭 46m, 높이 26m로, 리투아니아 연안에 설치돼 7만톤의 가스를 저장, 공급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2년여의 연구 끝에 LNG-FSRU 독자 설계 능력을 갖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초대형 로즈뱅크 FPSO를 비롯해 토탈이 발주한 콩고 모호노르드 해상플랫폼 등 건당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수주, 해양플랜트 분야의 강자임을 재확인시켰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해양플랜트 수주액은 117억 달러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주 행진 이어가는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80억90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부문별로는 드릴십(7척) 40억4000만 달러, 반잠수식 시추선(1기) 5억3000만 달러, 모듈러 플랜트(1기) 8억 달러, 고정식 플랫폼(2기) 27억2000만 달러 등이다. 이 중 드릴십 수주 규모는 업계 최대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적 해양플랜트 수주 사례는 2011년 명명한 토탈의 ‘파즈플로 FPSO’다. 파즈플로 FPSO는 초대형 해상 원유생산 시설로 총 건조비만 약 20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시설은 길이 325m, 폭 61m, 높이 32m에 자체 무게만 12만톤 규모다.
파즈플로 FPSO는 하루 최대 22만 배럴의 원유와 440만㎥(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생산, 우리나라 일일 석유 사용량과 맞먹는 190만 배럴(약 26만톤)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또 두 개의 유정에서 동시에 원유를 생산한다. 2007년 12월 수주계약 이후 약 36개월간의 건조기간을 거친 파즈플로 FPSO는 아프리카의 신흥 산유국인 앙골라의 해상 유전지대에 설치,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치열한 수주 경쟁…맹추격하는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분야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9억 달러를 수주하며 금액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제쳤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수주한 해양플랜트 중 눈에 띄는 것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와 노르웨이 스타토일의 ‘잭업리그’다.
에지나 FPSO는 길이 330m, 폭 61m, 높이 34m 크기로 저장용량 230만 배럴에 상부구조 중량만 3만6000톤에 달한다. 총 건조비는 약 30억 달러로 현재까지 발주된 FPSO 가운데 가장 비싼 금액이다. 삼성중공업은 설계 및 구매, 제작, 운송, 시운전 등을 총괄하는 턴키방식으로 FPSO를 건조하게 된다.
잭업리그는 통상 대륙붕 지역 유전 개발에 투입되는 시추 설비다. 선체에 장착된 잭업레그(승강식 철제 기둥)를 바다 밑으로 내려 해저면에 고정하고, 선체를 해수면 위로 부양시킨 후 시추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파도와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심은 얕지만 파도가 거친 해역에 주로 투입된다. 싱가포르와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잭업리그의 평균 가격이 2억 달러 수준인 반면, 이번에 수주한 대형 잭업리그는 6억5000만 달러로 중소형 설비 가격의 3배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