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이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가계부채 감축이라는 목표와 어긋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4일 공개한 올해 2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소비 진작 대책으로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주택 매수자금 지원정책은 가계부채 감축에 역행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앞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월세 전환 수익률도 시장금리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의 효과 분석을 주문했다.
낮은 경제성장이 몇 년 계속되면 경제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 실제성장률도 떨어지게 된다는 이력효과에 대한 우려도 새롭게 제기됐다.
한 위원은 “재작년과 작년에 경제성장률이 연이어 2%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저성장 이력효과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며 “저성장에 따른 소득 및 소비 감소, 고령화, 미래 불확실성 증대, 시간선호 성향 변화 등을 고려한 이력효과 추정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한 위원은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이 잘 안착돼 있지만 저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계와 기업 간의 소득불균형의 심각성도 지적됐다. 한 위원은 “최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진한 것은 가계와 기업간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성장·소득 간 선순환이 약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며 “최근 임금상승률 둔화는 그동안 4%대의 상승률을 꾸준히 나타낸 정액급여 상승률이 3%대로 하락한 데 기인하는 만큼 이러한 임금상승률 둔화가 특이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지 등을 좀더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엔화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한 위원은 “안전자산으로서 일본 엔화의 성격이 계속 유지될지 회의적”이라면서 일본의 무역적자 확대, 실질임금 하락, 소비세율 인상 등을 근거로 들었다.
선진국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 금통위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3월 초 중기적 물가·성장 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고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디플레이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ECB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실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ECB의 추가 양적완화가 엔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