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지만 긴 생명력’. 수 차례 위기를 맞았던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또 한 번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6.4지방선거 등을 앞둔 정·관계의 상황상 당분간 개각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재임기간이 의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존재감 논란’, ‘세법개정 후폭풍’ 등으로 위기를 맞았던 현 부총리는 올해 들어 더욱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사태 당시 실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옐로카드’를 받은 데다가 박 대통령이 잔뜩 힘을 줬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과정에서 청와대와 혼선을 빚어 뒷말을 남기게 된 것. 여기에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야심차게 마련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도 발표 일주일 만에 여론의 반발에 밀려 부랴부랴 땜질방안을 내면서 시장으로부터 정부의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잇따르는 잡음에 경제팀 교체론도 더욱 거세졌다. 야당인 민주당은 현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며 경제팀을 몰아붙였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분개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 내에서도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던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혼선을 언급하며 현 부총리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급기야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인천시장 출마로 부분개각이 가시화되자 경제부총리 교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또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가 유정복 전 장관의 사의 표명 후 이틀만에 강병규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내정했다. 장고를 거듭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볼 때 다소 이례적인 ‘속전속결’인사다. 장관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현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 경질론’으로 개각설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청와대의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부총리에 대한 해임요구를 일축하기 위해 장관 인선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26일 취임한 현 부총리는 숱한 낙마의 위기 속에서도 어느새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부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김대중 정부에서는 진념 부총리가 1년 3개월간 재임했고 전윤철 부총리도 1년 5개월간 재임했다. 참여정부에서도 김진표 부총리가 1년, 이헌재 부총리가 1년 1개월 가량씩 재임했다. 이명박정부의 강만수 장관은 11개월의 재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