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한의 국회의원격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 체제’로의 1인 지배체제 확립과 권력 이동이 본격화됐음을 알린 셈이다.
북한 중앙선거위원회가 10일 발표한 ‘보도’에서 전체 선거자가 전날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100%찬성투표를 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높이 추대되셨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로써 김정은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노동당 제1비서에 이어 김정일의 모든 공직을 이어받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오후 10시까지 김정은을 제외한 다른 대의원 당선자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때 대의원 선거 다음날 당선자 명단을 발표한 점을 미뤄보면, 전체 대의원 명단은 11일 일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요식행위이기는 하지만 선출된 인물들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권력구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 매체가 이번 선거에서 보도한 당·정·군 고위간부 투표 동정을 살펴보면,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를 소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경희가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그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의원 선거에 핵심 간부들이 대부분 참여해 당장 북한 내 권력변화에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북한 매체는 선거관련 동정을 보도하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등 당·정·군 고위 간부 30여명을 언급해 핵심 간부 대부분이 건재함을 암시했다.
처형된 장성택의 인맥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공개 활동이 드물었던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1월6일 신년사 관철 평양시 군중대회 이후 자취를 감춘 장성택의 측근 문경덕 노동당 비서 겸 평양시당 책임비서는 이번 보도에도 나오지 않아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의원 선거는 당이 지정한 단독 후보에 사실상 100% 찬성표를 던지는 방식이다. 형식적으로나마 권력 정통성을 부여하는 절차인데, 매 선거 때마다 나오는 ‘99.9%에 달하는 투표율과 100% 찬성’이라는 결과는 북한 선거제도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