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가 대거 물갈이되고 있다. 그동안 재추천되던 관행이 바뀌면서 올해 연임이 가능했던 사외이사 상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현 경영진과 우호적 인사들이 새로 선임되고 있다. 특히 KB·하나 등 전임 경영진 시절 선임했던 사외이사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친정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KB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 26명의 교체 대상 사외이사 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5년 한도를 채운 이사 8명을 제외하고 임기 연장이 가능했던 18명 중 3분의 1(6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그동안 금융권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과 함께 연임 한도인 5년을 꽉 채우는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이 교수로, 권력기관 출신의 선호를 다소 앞질렀다. 이는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출신의 금융권 사외이사 선정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 경영진과 공생 관계로 왜곡될 수 있는 사외이사제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다.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되지만 경영진이나 금융당국의 입김에 여전히 자유롭지 못해 고질적으로 지적되던 거수기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올해 증권사 주주총회에서는 신규·재선임된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법조계나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3명은 학계 출신이었으며 언론계 출신도 1명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찰, 변호사 출신이 각각 2명, 판사는 1명으로 법조계 출신도 총 5명으로 파악됐다. 차관, 청장 등 기타행정관료들은 각각 1명씩 총 5명이었다. 학계 인사는 전체의 33.1%이며, 출신 대학보다 전공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나머지는 업계 출신이었는데 올해는 언론사 출신도 1명 등장했다.
증권사들이 모피아(MOFIA)와 법조계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정부와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증권사 사외이사 제도 역시 도입 취지와 달리 경영진과 회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