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카드분사 인허가가 또 불발됐다. 금융위원회가 안건 상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벌써 세번째다.
결국 4월 1일 신설회사를 창립하려던 외환은행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외환카드를 먼저 분사한 뒤 연내 하나SK카드와 합병한다는 하나금융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금융위의 태도다. 이번 업무를 담당한 사무관은 안건 상정 연기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류를 좀 더 보완하고 시스템 분리 여부를 검토하느라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2차 피해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 개연성을 완전 차단하기 위한 금융위의 신중한 검토는 당연하다.
최수현 금감원장까지 “전산시스템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발언한 상황에서 인가를 내주기는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가 여론과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합당한 이유 없이 정례회의에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는 건 또 다른 역차별이다. 사건 발발 전까지만 해도 외환은행 카드 분사는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외환은행의 카드 분사는 하나금융에게 중장기 성장과정의 첫번째 단추다. 그만큼 간절하단 얘기다. 최근 외환은행이 1차 하나금융 블록딜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이미 시장에서 이들의 통합 시너지 기대감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와 소통하려는 금융당국의 열린 자세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