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부터 한국과 미국이 정기적으로 납세자 금융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한다. 그동안 해외계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납세자는 거액의 과태료 등 제재를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13~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제정 협상에서 협정문 전체 문안에 합의하고 협상을 타결(가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협정에 따라 따라 한미 양국은 2015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조세관련 금융정보를 상호교환하게 된다.
지난 2010년 미국은 해외금융기관에 있는 미국인의 금융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는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을 신설하고 19개 국가 5개 지역과 협정에 서명했다. 이후 우리나라와는 2012년 4월 양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상호교환방식의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이번에 협상을 타결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이자가 연간 10달러를 초과하는 예금계좌 정보를 넘겨받게 된다. 반대로 미국에는 개인은 5만달러(저축성보험은 25만달러), 법인은 25만달러를 초과하는 계좌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7월 기준으로 계좌를 판별하게 되며 실제 정보교환은 내년 9월부터 시작된다.
미국으로부터 받는 계좌정보 기준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이자가 10달러 미만인 경우 원천징수를 않도록 미국 세법에 돼있다. 10달러 초과만 돼있어서 그렇게 정했다”며 “금액으로 추산하는 경우 미국에서 이자율이 0.1%로 가장 낮은 체크계좌를 가졌다면 1만달러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보고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은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보험회사 등이다. 원칙적으로 ‘계좌’가 있는 금융기관은 모두 해당이 된다. 다만 외국인이 전혀 소유할 수 없는 정부기관, 중앙은행, 국제기구, 공적연금, 공공기관 등은 보고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했다.
이번 협정은 우리나라가 외국과 최초로 조세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기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83개국과 조세교환협정을 맺고 있긴 하지만 이는 특정인에 대해 특정건을 요청하면 해당 자료만 넘겨받는 방식이어서 역외탈세 추적에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는 효과적인 추적이 가능하다.
특히 2년 전부터 시행된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잔액이 연중 10억원을 넘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징역, 명단공개 등의 제재조치를 하는 제도다. 50억원 미만은 10%의 과태료, 50억원 이상은 징역까지도 가능하다.
그동안은 사실상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정부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미국에서 넘긴 정보를 통해 미신고자를 적발해 내기만 해도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신고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소급해서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빠른 시일 안으로 협정의 정식서명 등 국내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법제처 심사를 거친 뒤에는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재가 등을 거쳐 국회 비준을 통해 발효된다. 금융위원회는 국세청과 협의해 이번 협상결과를 반영한 금융기관 이행규정을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