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을 맞은 SK텔레콤이 기념행사를 대규모로 치르지 않고, 조촐하고 조용하게 지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느 기업이나 30주년이라면 떠들썩하게 홍보하고 마케팅하는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당초 창립 30주년을 맞아 ‘한국 이동통신 30년’이란 행사를 대규모로 벌일 계획이었다. SK텔레콤은 그러나 지난 27일 본사가 있는 을지로 T타워에서 30주년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내부임직원들만 모아놓고 조촐한 기념식을 진행했다. 당초 예정했던 다양한 내·외부 행사는 전부 취소하고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
통신장애 사고, 오너의 부재 등 잇달은 악재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가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내외부의 의견이 잇따르자, SK텔레콤으로서는 행사 대부분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최근 2차례나 발생한 사상 초유의 통신망 장애사고로 인한 통화 먹통으로 그동안 쌓아 올린 이미지를 깎아 먹었다. 일등 품질을 앞세웠지만 6시간이 넘는 통신장애로 인해 고객 신뢰를 잃었다. 사고 직후 보상대책을 마련 했지만 보상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30주년’이라는 마케팅의 호기를 손놓고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인한 총수 장기 공백도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솔직히 그룹 오너가 실형을 받고 수감 중인데 밖에서 행사를 크게 할 수 있겠냐”며 “알게 모르게 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고 귀뜸했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볼 때, 정통성 여부를 놓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행사를 조촐하게 치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