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내 한국어 열풍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 관한 관심이 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이 언어에만 한정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공부 중인 태국 출라롱콘대 국제대학원 카몬 붓사반(32ㆍ사진) 교수는 30일 “태국 대학 중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많지만 사회와 역사, 정치도 강의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언어와 다른 것을 함께 배워야 언어 실력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몬 교수는 “한국에 관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가르치는 사람이 부족하다. 특히 한국어 외에도 역사나 사회, 정치에 관심 있는 태국 학생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카몬 교수는 서울대가 올해 처음 운영하는 ‘개발도상국 대학교원 지원 프로그램’(SPF)에 따라 이달 초부터 이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SPF는 개도국 주요 대학의 교수로 있지만 박사학위가 없는 학자를 선발해 유학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서울대는 이번 학기 카몬 교수 등 5명을 선발, 박사과정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 숙박비 등을 지원한다.
한국어를 가르칠 인력이 부족해 석사학위만으로 교수에 임용된 카몬교수는 현재 태국 출라롱콘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태국에서도 박사학위가 있어야 교수가 될 수 있지만 분야나 경력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수업시간에 한국전쟁과 이를 극복하고 이룩한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배우고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갔다. 이런 호기심은 한국어 부전공으로 이어졌다.
이후 대학원에서 ‘1960∼1980 한국태국 경제발전 전략’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다. 그 사이 한국교류재단의 지원으로 방한해서 연세어학당에서 1년간 공부를 하기도 했고,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 수강 과목도 한국 외교사와 근대 한국사 등 역사 관련 과목이 주를 이룬다.
카몬 교수는 “역사 등 뿌리를 이루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다른 공부도 잘할 수 있다”며 “유명한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수업이 기대했던 것보다 질이 좋아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일 때는 학생들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 마음껏 공부만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어서 연구를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