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자국에서의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쌓아둔 현금보유액이 1조 달러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의 현금 보유액이 전년 대비 12% 증가해 1조6400억 달러(약 1742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세금회피를 위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은 2012년에 비해 13%가 증가한 94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이 증가했다는 의미는 좋은 재정여건에도 사업확장에 베팅하지 않으려는 미국 기업들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미국에서의 투자 수익이 높지 않다는 점도 기업의 역외 현금 축적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상당수의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가져올 경우 투자를 하거나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 등의 형태로 사용하면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에 쌓아두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의 역외 현금보유액의 절반은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IT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세금제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세제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로비단체를 만들고 세금회피를 비난받는 다국적 기업을 옹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역외에 쌓아둔 현금 상당 부분이 조세 회피의 산물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높은 세금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무디스는 미국 기업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8690억 달러의 자금을 지출했으나 2007년과 비교할 때 두 배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