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발(發) 집값 버블붕괴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2~3년간 공급물량이 쏟아졌던 지방 주택시장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긴급 진단, 지방 주택건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 전라, 경상 등 개발 호재가 없는 지역 주택시장은 급격한 붕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방시장의 경우 지난해 8.31대책 이후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 신규 분양아파트는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신규 입주아파트의 경우 입주율도 30%를 밑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대구지역의 한 분양업체는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미치며 분양을 중단했으며 충북 오창지구의 한 아파트는 올 2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입주율은 20%를 간신히 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향후 진행사업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대외발표용 자료와 내부 자료를 별도 관리하며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 주택시장 붕괴의 원인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공급과잉 현상. 2004년 이후 수도권의 택지난이 가중되면서 건설업체들이 대거 지방으로 공급처를 바꾼 것이 그 원인이다. 최근 발표된 올 3월 주택건설실적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지방의 공급물량은 완전히 역전돼 있는 상태다.
두번째로는 높은 분양가로 인한 가격 거품현상을 들 수 있다. 지난 2002년초와 비교한 지방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제주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수도권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분양가의 급등이 시장에 거품을 형성했다는 게 건설산업연구원의 주장이다.
또 정부의 과잉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존의 규제만으로도 지방주택시장은 이미 과잉규제 상태에 시달렸지만 지난 8.31대책과 3.30대책에 따라 결국 지방 주택시장은 '빈사상태'에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부산에서 시작된 지방 주택시장 붕괴현상은 대구와 호남을 거쳐 대전, 천안 등 충청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라며 "지방주택경기 연착륙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개발사업계획을 전면재조정하고 수도권과 차별화된 규제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