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변동성 우려가 높아졌던 동남아시아 펀드가 순항세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정부의 정책 기대감으로 증시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크게 출렁거린 동남아 지역은 올해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면서 연초 이후 7% 넘는 고수익을 연출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동남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5.4%로 지난 10년간 유지한 추세(5.5%)를 이어 갈 전망이다.
박주연 NH-CA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 매니저는 “인도네시아는 물가 안정과 무역수지 흑자전환 등 매크로 지표 개선과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으로 상승세가 예상된다”며 “또 필리핀은 대외환경 개선 등 소비 촉진이 기대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태국은 최근 투자청(Bord of Investment)이 투자 규모를 확대 승인하는 등 수혜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세안 시장은 전반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태국의 정치 불안, 인도네시아의 선거 및 경제개혁 등 국가별로 차별화된 수익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미운 오리 베트남펀드…정부의 적극적 부양책 ‘고공행진’=동남아 펀드 중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베트남이다. 그동안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베트남펀드가 연초 이후 20%가 넘는 고수익을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베트남 VN Index는 609.46을 기록, 2009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더욱이 정부가 대출 성장을 위한 다양한 부양책을 준비 중이기 때문에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했다는 소식 등이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어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직후 베트남펀드의 평균 유형 성과(19.54%)는 동기간 해외 주식형 유형 평균 성과(-3.55%) 대비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별로는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6.07%),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1(주혼)(C)(23.34%),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20.78%) 등이 20% 이상 고수익을 기록했다(기준일 2014년 4월 9일).
베트남은 정부의 금리 인하에 힘입은 기업실적 개선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의 수혜를 고려하면 장기적 성장이 밝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5년간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연평균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다국적 기업들이 베트남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늘리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가 최대 생산기지로 전체 스마트폰 생산 능력의 절반가량을 담당할 제2공장을 베트남에 짓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수하이 림(Soohai Lim) 매니저는 “베트남 정부가 부실채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데다 가격 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이라며 “올해부터 법인세가 25%에서 22%로 삭감되면서 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것이고, 2016년에는 20%로 추가 삭감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 이익은 더욱 탄력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테이퍼링 이슈 약화 동남아펀드도 ‘훈풍’=2013년말 이후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가에 대한 재정 우려감으로 이머징마켓의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글로벌 주요 경제지표의 흐름 등 거시적 측면에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투자 심리 역시 회복 중이다.
이 같은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동남아 지역 펀드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주요 동남아 펀드의 성과(7.61%)는 동기간 해외주식형 유형 평균(-3.55%) 대비 우월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주요 펀드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인니말레이자1(주식)(A)(12.11%), 삼성아세안자3[주식-파생](8.77%),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자1(주식)종류(6.18%), NH-CA파워아세안플러스1[주식]Class(5.41%)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 김성준 차장은 “작년 5월 이후 동남아 지역은 테이퍼링 이슈로 인한 자금 이탈과 환율 약세로 이중고를 겪었으나 지금은 불확실성이 걷힌 상태”라며 “올해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가 7월 9일에 있어 주목하고 있으며, 태국도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그동안 저평가됐던 주식시장의 반등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권정훈 팀장도 “2013년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컸던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2014년 이후 외국 자본이 재유입되면서 동남아 주가 상승을 견인 중”이라며 “인도네시아는 2013년 신흥국 불안과 맞물려 주식시장, 외환시장이 큰 폭의 등락이 있었지만 올 들어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물가 안정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신흥국의 회복세는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회복 추이를 지켜보면서 장기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부 팀장은 “선진국 시장이 고평가 우려로 조정받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미국 테이퍼링 이슈로 하락폭이 컸던 신흥국 시장의 주가가 저렴해 보이면서 최근 글로벌 자금 유입이 이뤄진 것이 동남아 지역의 상승 원인”이라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펀더멘털 대비 아세안 시장의 저평가 매력도는 높아 단기 상승이 크지만 아직 경제회복 추이를 가늠하긴 힘들기 때문에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