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당국이 ‘대마불사’ 은행의 고삐를 바싹 조인다.
국제 금융규제 기준을 정하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은행이 다른 대형은행에 대해 인수ㆍ합병(M&A)을 실시할 때 그 규모가 자기자본의 15%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새 규정을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또 바젤위는 대형은행의 M&A 규모 제한과 관련해 ‘2019년 이전까지도 자기자본의 25%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바젤위는 웹사이트 성명에서 “이런 제한은 금융시스템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줄이는 데 직접 공헌할 것”이라며 “다른 은행의 갑작스러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은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개최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대형은행들이 추가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기준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기 신용시장 위험을 완화하고자 지금보다 강화된 자본비율과 유동성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뮤추얼펀드 등에도 이런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준 등 미국 주요 금융당국은 이달 초 미국 내 8개 대형은행에 대해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5%로 규정한 자본규제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는 바젤위원회의 3%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8개 은행은 680억 달러(약 71조원)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현재 주요 20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HSBC홀딩스와 JP모건체이스 등 29개 은행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마불사’ 은행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FSB와 바젤위 등은 이들 은행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도 같이 요동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런 규제가 오히려 경제회복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2년 연준에 보낸 서신에서 “금융규제를 강화하면 미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 깎이고 일자리가 30만개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베르토 갤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유럽신용부문 대표는 “바젤위원회의 새 규정은 금융 안정을 위한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그러나 유럽 은행들은 지배구조나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새 규정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역내 은행들의 부채 50% 이상을 다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