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8일 내놓은 ‘4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총수입은 5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0억원 줄었다. 연간 목표세수 대비 징수실적을 뜻하는 세수 진도비는 14.4%로 1년 전보다 0.4%나 떨어졌다. 국세 진도율은 0.3%포인트 소폭 늘었으나 세외수입과 기금수입은 각각 0.7%포인트, 1.1%나 하락했다.
특히 세수진도비 14.4%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18.8%)과 2009년(16.2%)보다도 낮았으며, 2010년(17.4%), 2011년(16.3%), 2012년(18.3%)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작년부터 세수부족에 시달려온 탓에 올해 경제성장률 3.7% 달성이 가능하더라도 세입 여건은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내년도 예산편성에 앞서 정부가 “재원대책 없는 지출은 없다”며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이같은 세입 구멍으로 쪼그라든 나라 살림에 최근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규제개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내수진작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늘리는 각종 요구안들이 검토되고 있지만 기재부가 세수부족 우려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관세청은 17일 ‘민관합동 규제개혁 추진단회의’에서 확정된 142개 규제개혁 과제를 발하면서 외국여행자가 면세범위를 초과한(400달러 이상) 물품을 세관에 스스로 신고하면 세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관세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당초 물품을 자진신고할 때 10%정도 세금을 깎아주는 안을 기재부에 제시했지만 감면 여부에 대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감면율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이러한 정책이 해외여행객 등 일부 국민에게만 돌아가는 수혜인만큼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 정도로 타당성이 있는 방안인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최근 문화·관광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규제개혁을 주장하며 세금 얘기를 많이 하는데, 세금이 행정 절차상 규제라면 풀어야 하지만 세금 자체는 규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제당국이 규제완화에 있어 세금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가 전통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전통주에 대한 주세 감면비율(50%) 확대’나 마리나산업 육성 차원에서 진행되는 해양수산부 소관의 ‘레저선박 취득세·재산세를 인하’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