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참혹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조선의 인구 3분의1이 사라졌고, 전답의 면적도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나라와 국민의 살림은 궁핍해지고 명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에 기초한 ‘미래 대비 부재’가 불러온 참사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형사고 등 안전 문제에 있어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사건 때도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은 20년 전 사고에서 배운 게 없다고 비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비단 이들 사고 뿐 아니라 그동안에도 크고 작은 사고와 재난이 많았지만, 정부는 그때마다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 한 격이니 국민은 언제 어디서 또 무슨 사고가 터지지는 않을지 항상 불안해한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 한 데 있다.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140개 국정과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관 부처가 안전행정부인지 국토교통부인지, 아니면 해수부인지 애매하다. 선박의 안전과 관련한 주무부처는 해수부지만, 국정과제상 ‘총체적인 국가 재난관리’는 주관 부처가 안전행정부로 돼있고,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 항목은 주관 부처를 국토교통부로 명시하고 있다. 막상 사고가 터지면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의 미흡한 대책은 이번 사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심으로 구축하고 본부장을 맡는 안행부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하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세월호 침몰에선 정홍원 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구성됐다. 정부가 법률을 부정한 셈으로, 지금의 시스템이 그만큼 엉터리라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사고가 날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순 없는 노릇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철두철미한 국가위기관리시스템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우선 재난의 예방과 함께 전문가가 언제든지 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워야 한다. 또 사고 발생 초기에 관련기관 간 신속한 협력체계를 꾸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재를 키우는 일도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하다. 좋은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이를 작동시킬 인재가 없으면 말짱 꽝이다.
더 이상 정부의 실책에서 비롯된 참사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승무원이나 선박회사만 다그칠 게 아니라 얼빠진 공무원들을 싹 물갈이하고 이참에 제대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안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