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21년만에 손질…차명계좌 원천봉쇄

입력 2014-05-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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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동안 부족한 세원 마련을 마련하고자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확보 노력의 하나로 21년만에 금융실명제법 대수술에 들어갔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에서 차명계좌 소유권을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할 예정이다.

금융실명제법은 지난 1982년 ‘장영자·이철희 부부 어음 사기 사건’으로 금융시장이 대혼란이 빠지자 국회에서 통과한 법안이다. 하지만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반발로 법안 시행이 좌초되다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긴급명령으로 도입됐다.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에 큰 힘이 됐지만 실제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 허용과 외환위기 당시 장기채권과 외평채를 무기명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해 금융실명제법을 사실상 무력화됐다.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의 소유권을 그동안 법원에서는 실소유자에게 있다고 판결하면서 금융실명제법이 있으나 마나 하는 법으로 전락했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135조원을 마련해 복지공약을 이행하겠다던 공약가계부가 세수부족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마련의 하나로 금융실명제법의 기본 골격을 크게 바꾸게 됐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징수나 대기업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회지도층의 역외탈세 등 차명거래 범죄가 급증하면서 기존 반쪽짜리 금융실명제 법안 손질이 불가피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차명거래로 인한 재산 숨기기가 이슈화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결국 2일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이번 금융실명제법안의 핵심 내용은 차명계좌 소유권을 실소유자가 아닌 명의자 재산으로 추정하고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실소유자에게 있도록 했다. 즉 입증책임을 실소유자에게 부여하면서 소송에서 명의자가 배신한다면 실소유자의 반환청구권의 패소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 것이다.

또 이번 개정안에 앞으로 재산 은닉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면 실소유자와 계좌 명의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범죄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직원도 형사처벌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처벌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금융실명제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다.

다만 차명계좌 개설이 부패한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비범죄 목적의 차명거래가 활성화하고 있어 동창회나 종친회, 계 등 선의의 차명계좌는 이번 개정안에서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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