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정쟁에만 그치는 수준을 넘어서 경제, 사회 분야의 원동력까지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 기초연금, 무공천 공약 등 크고 작은 쟁점에서 대립하며 사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그 결과 국민들로부터 차가운 외면에 직면한 정부와 정치권의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얼마전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상임위’라고 불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의 갈등으로 피해가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다. 미방위 여야 의원들은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려 120여건에 달하는 법안을 기약없이 계류시켰다. 여당은 집권 정당으로서의 양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야당은 당론을 집중시키지 못해 허송세월 해야 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된 지난달 29일에서야 새정치민주연합이 논란의 ‘방송사 사측과 종사자 측 동수 비율 편성위원회 구성’ 내용을 법안에서 삭제하면서 일단락됐다.
또 기초연금법 개정안 역시 올해 7월 지급을 목표로 지난 2월 국회부터 여야간 논의가 이어졌지만 새누리당의 공약 수정이 쟁점화되면서 오랜 시간 대립하고 있다. 결국 4월 중 처리에 실패하면서 실질적으로 7월 지급은 무산된 상황이다. 이 같은 대치국면으로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 불투명해지는 등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여야는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무공천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박근혜 대통령)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너나 잘해”라고 말해 막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도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수습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불통과 무능함을 보이며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 사고 원인 가운데 선박에 대한 규제 완화에 따른 안전관리 미흡 문제가 지적되면서 정부의 규제완화 추진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경직되고 폐쇄적인 관료들의 일처리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초기대응 미숙으로 구조에 차질을 빚었을 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와는 물론 부처간 소통도 부재해 구조자 발표를 수차례 번복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다. 고압적인 관료들의 태도로 민간 잠수부들이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박 대통령도 고질적인 불통을 드러냈다. 국민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사고 발생 후 보름 가까이 침묵을 지키다 뒤늦게 사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결국 진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