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의 초고속 흥행질주가 불편한 이유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5-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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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메인 포스터(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관객을 위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깃들여 있는 영화는 그 영화를 봐주는 관객이 있기 때문에 존재 가치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영화를 만들며 동고동락한 감독, 배우, 스태프와 제작사, 투자배급사는 개봉 후 관객의 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영화의 작품성, 사회적 반향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관객 수는 그 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5월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맞물려 황금연휴가 된 지금 영화계는 오랜 비수기를 지나 성수기를 맞고 있다. 한동안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기지개를 펴지 못했던 한국영화가 ‘역린’, ‘표적’ 등의 개봉으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올 한해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회오리 바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협녀: 칼의 기억’ 등 대작 사극들이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역린’은 그 선두주자로 주목 받았다. 여기에 군에서 제대한 배우 현빈의 복귀작이자 정재영, 조재현, 조정석, 한지민, 김성령, 박성웅 등 존재감 있는 배우들의 초호화 멀티 캐스팅은 흥행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실제 ‘역린’은 지난 달 30일 개봉과 동시에 28만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개봉 5일 만에 130만 관객을 돌파했다. 3일 하루 동안 3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7만명을 동원한 2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그런데, 관객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황금연휴 관객의 선택은 ‘역린’이었지만 만족도는 비례하지 않았다. 극장가를 찾은 대다수 관객들은 ‘역린’에 대해 호화 캐스팅을 살리지 못한 개연성의 부재를 지적했다. 한 마디로 ‘역린’은 높고 높은 관객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배우 개개인의 인지도와 등장인물의 면면은 그 존재만으로도 관객의 발길을 이끌기에 충분했지만 각각의 인물이 처한 상황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끈끈하게 연결되지 못했다.

또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왕이라는 정조의 삶과 정유역변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는 24시간에 걸쳐 짜임새 있게 구성되지 못했고, 단지 현빈이라는 배우의 외모, 그리고 등근육을 감탄하는데 그치게 했다. 영화의 비평을 넘어 “재밌다”는 반응을 이끌기에는 영화의 각 소재와 인물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왜 저 인물이 저 상황에서 저런 행동을 하고, 감독이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관객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역린’의 평점은 짜고, 후기는 혹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역린’을 보러 간다. 이는 단순히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라기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역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들 재미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러한지에 대한 의문점과 관람을 원했던 영화의 혹평을 듣고 직접 확인하기 위한 관객의 능동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극장가 풍토에 대해 ‘역린’은 깊이 있는 자성의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린’의 흥행성 부족에 대해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거대한 자본력과 호화 캐스팅 그리고 유리한 홍보 환경에도 그에 상응하는 영화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점에 대해 기뻐하기보다 신랄한 자기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우희 주연,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는 제1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두 부문 모두 영화제 최고상이다. 또 제16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등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고, 제28회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 대상도 ‘한공주’였다. ‘한공주’에 대한 관객의 후기는 호평 일색이었고, 개봉 후 평점 역시 ‘역린’보다 높다. 그럼에도 ‘한공주’의 누적 관객 수는 18만명(3일 기준), 지난 달 4월 17일 개봉한 ‘한공주’의 성적은 ‘역린’의 하루 관객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역린’의 흥행 질주는 그 작품성, 흥행성보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영화관 배정, 배우들의 이름값,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등 이전 사극의 후광 등이 더 주요한 요인이 됐다는 점은 대다수 관객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관객 수가 영화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객관적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가운데 최고 흥행작 ‘역린’의 초고속 흥행질주와 다양성 영화로 인식되며 스크린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은 ‘한공주’이 대조적 행보가 현재 영화계에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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