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이 초고속 인터넷에 목매는 속사정

입력 2006-06-14 14:02 수정 2006-06-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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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핵심 사업군 가운데 하나인 미디어사업이 '적신호'가 커졌다.

이 회장은 최근 몇년간 CJ의 사업구조를 식품과 유통, 바이오(신약개발)와 함께 미디어(엔터테인먼트)로 나누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유통과 미디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해당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재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미디어 사업의 핵인 CJ케이블넷을 통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법정소송에 휘말리면서 갈길 바쁜 이 회장의 발걸음이 삐거덕 하는 분위기다.

지난 3 말 하나로텔레콤과 CJ(주)간의 초고속인터넷 사업 경업금지 가처분 소송 2심에서 CJ가 패소하면서 최악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하나로텔레콤과 CJ 사이의 드림라인 주식 양수도 계약서에 명시된 경업금지 조항을 CJ가 위반했다고 인정, 하나로텔레콤이 신청한 `CJ의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결정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해 8월 이 같은 이유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같은 해 11월 기각됐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1심 기각 결정을 번복해 하나로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하나로텔레콤이 CJ의 계열사인 CJ케이블넷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있었던 데에는 이 회장의 잊고싶은 '과거의 실수'가 큰 몫을 했다는 것이 재계의 정설이다.

IT벤처광풍이 몰아치던 2000년. 재벌가 3~4세의 젊은 황태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e-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가 쓴잔을 들이켰다. 이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초고속 인터넷 망 사업체인 드림라인의 회장을 직접 맡아 진두지휘했고 인터넷 포털인 드림엑스를 런칭시키며 의욕적으로 e-비즈니스를 추진했다.

하지만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던 드림라인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듬해 하나로통신(현재 하나로텔레콤)에 356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렸다. 인터넷 포탈인 드림엑스 역시 하나포스로 바뀌게 된다.

당시 이 회장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라면 치를 떨 정도가 됐고, 매각조건으로 향후 5년간 CJ가 특수관계인이나 제3자를 통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계약조건에 도장을 찍는 우를 범했다.

이후 이 계약조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당시만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부실덩어리를 빨리 정리하기를 바랬던 터라 이것저것 가릴 처지도 못됐다.

과거의 아픔이 잊혀질 무렵인 2005년 8월, 하나로텔레콤은 돌연 CJ가 자회사인 CJ케이블넷 산하 북인천방송, 중부산방송, 가야방송 등 7개 SO가 자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벌여 경업 금지 조항 위반했다며 법원에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에선 하나로텔레콤측이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CJ측이 패소하면서 인터넷 사업이 좌초위기에 빠진 것이다. 판결이 난 3일 뒤 CJ쪽이 항소를 해 현재 마지막 대법원의 판결이 남겨놓은 상태다.

이 회장의 입장에선 4년 전 인터넷 사업 실패의 악몽이 되살아 난 것이다.

◆ CJ케이블넷은 '쿼바디스'?

비상장사이면서도 관련 업계 2위로 평가받는 CJ케이블넷은 MSO(복수종합유선업체)다. MSO는 케이블 채널편성권을 갖고 있는 지역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여러 곳을 보유한 업체다.

현재 북인천방송, 중부산방송, 가야방송, 해운대기장방송, 경남방송, 양천방송, 동부산방송 등 7개 SO를 소유하고 있으며, 초고속 인터넷업체인 단지넷의 지분도 100%보유하고 있다.

케이블사업에서 MSO가 중요한 이유는 방송의 채널을 MSO의 손에 의해서 쥐락펴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소위 알짜배기 채널대인 6~11번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MSO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CJ케이블넷의 지분 50%를 CJ홈쇼핑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도 MSO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CJ케이블넷이 단순히 케이블방송 수신료로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케이블 방송과 함께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패키지사업을 펼치며 방송고객과 인터넷 고객을 모두 끌어들이는 일거양극의 효과를 그동안 톡톡히 보고 있었다.

업계 2위인 CJ케이블넷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만약 CJ가 패소를 해도 CJ케이블넷의 인터넷 사업을 절대로 그만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CJ케이블의 한 관계자는 "패소를 한다고 해도 CJ에게만 효력이 있고, CJ케이블넷과 그 계열 SO에 아무런 효력이 없다"면서 "CJ홈쇼핑이 최대주주이지 CJ가 최대주주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측은 "법원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기다려 봐야 하지만 승소하게 되면 가처분 결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동안 차세대 핵심사업인 미디어 사업을 위해 CJ미디어와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각종 영상 콘텐츠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이 핵심 콘텐츠를 유통시킬 네트워크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영화에선 CGV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방송에선 CJ케이블넷이 그 역할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로텔레콤과의 송사에서 CJ쪽의 승패로 판결이 날 경우 그룹차원의 미디어 사업 전략에 적신호가 켜질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CJ 소송 일지

2001년 11월:하나로텔레콤이 CJ(주)에 드림라인 주식 684만주를 356억원에 양수하는 조건으로 향후 5년 간 CJ(주)가 특수관계인이나 제3자를 통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초고속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계약 체결

2001년 11월 이후:CJ(주)는 자회사인 CJ케이블넷 산하 북인천방송, 중부산방송, 가야방송, 해운대기장방송, 경남방송, 양천방송, 동부산방송 등 7개 SO가 자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하나로텔레콤과의 경업 금지 조항 위반

2005년 8월:하나로텔레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CJ(주) 등을 대상으로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

2005년 11월:서울중앙지방법원, 경업금지 가처분 신청 1심에서 기각

2005년 11월:하나로텔레콤 항소

2006년 3월 24일:서울고등법원, 2심에서 1심 기각 결정을 취소하고 하나로텔레콤 승소

2006년 3월 27일:CJ(주) 항소

2006년 6월 13일 현재:항소심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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