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9일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사의표명과 함께 길환영 사장의 보도국 중립성 침해 행태를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14일 ‘부끄럽지만 또 다시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의 비대위 특보 1호를 발행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 16일 KBS 보도본부 부장단 18인은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부장단 전원 총사퇴했다. 같은 날 저녁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재임 기간에 벌어진 청와대의 KBS 뉴스와 인사개입 등 외압사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는 KBS 뉴스를 통해 방송됐고, 그간 KBS가 공정성과 편파적 보도논란에 대한 의혹이 사실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됐다.
우리나라 대표방송이자 공정보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잃고 그간 곯아있던 내부 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KBS의 수장인 길환영 사장으로 귀결된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KBS 보도본부 등은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공통적인 입장표명을 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 사임에도 길환영 사장이 눈물에 호소(?)하며 사임을 종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사를 그만둬라. 이걸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다.” 이에 대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길환영 사장은 항상 끊임없이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강조했고 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2월 수신료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적책무를 위한 재원의 안정성과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꾸준히 이해를 시키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받겠다. 몇 차례 제도 개선을 통해서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것이 마련돼 장치를 마련해 시행되고 있다.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평가해 줄 것이다.”
수신료 가치를 전하는 방송을 만들겠다던 그의 방침은 보도국의 독립성과 공정성,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며 타율적 방송을 만드는 것이었을까. 방송법 제4조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 누구도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법 제105조에 따르면 부당하게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길환영 사장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KBS노조의 길환영 사장 신임투표 결과 전체의 97.9%(1081명)가 불신임 의사를 밝혔다. 점차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회복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19일 오후 2시 KBS 길환영 사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그가 최근 현안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