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올들어 대구, 천안 등 분양시장에서 최고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로 1순위에 마감하는 아파트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3월 전남 나주혁신도시에서 분양한 ‘중흥S클래스센트럴’은 6.9 대 1로 일찌감치 1순위 마감됐다. 호반건설이 전북에서 분양한 ‘전북혁신도시 호반베르디움’도 633가구 모집에 1만2710명이 몰려 평균 20.1 대 1, 최고 169.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다 보니 분양 단지마다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기도 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은 그보다 더했다. 지방 시장에는 미분양 무덤,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였다.
지방 부동산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부동산 침체기에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 공급을 중단하면서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급은 적은데 혁신도시, 산업단지 등 지역별 호재가 많아지면서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 부동산 활황을 이끄는 대구광역시의 예를 들어보자. 2009년 초 대구 미분양 아파트가 2만 가구를 넘어가면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줄였다. 그런데 동대구역세권 개발, 혁신도시·대구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호재가 몰리면서 아파트 희소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집값 변동률 자료를 보면 작년 대구광역시는 8.96% 오르며 집값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올 들어 지난 1분기에도 경북 경산시(4.82%)에 이어 대구 달서구(3.5%), 달성군(3.3%), 서구(3.04%)가 2~4위를 차지했다. 대구지역 전체 집값 상승률도 2.5%로 지방 5대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았다.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팔려나갔다. 한때 2만가구를 넘던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올 2월 615가구로 급감했다. 2003년 10월(420가구)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914만원. 그러나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1323만원, 의창구 신월동 1264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가장 아파트 값이 비싸다는 해운대구 우동의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927만원이다.
공공기관이 옮겨가는 혁신도시 주변 부동산도 인기다. 전남혁신도시 ‘중흥 S클래스 센트럴 1·2차’는 각각 11.9 대 1, 9.7 대 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으며 호반건설이 전북혁신도시에서 선보인 2개 단지도 모두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일찌감치 입주자를 모두 채웠다.
분양물량이 급증했던 지방 분양시장은 올해부터는 공급 부담으로 인해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분양가보다 높은 매매가를 형성하는 상황 속에서 여전히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올해 지방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상승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아파트 입주 물량은 10만7997가구였지만 올해는 14만8319가구로 무려 4만가구 이상 늘어난다. 비록 지방에 호재가 많지만 이 같은 물량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실제 한동안 지방 부동산 상승세를 이끌던 세종시 아파트 가격도 주춤한 상태다. 최근 공급 물량이 급증하면서 올 3월 세종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0.04% 떨어졌다. 올해 세종시에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 물량은 총 1만4681가구로 지난해(3438가구)의 3배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