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크롬캐스트가 국내에 출시된 지 단 열흘만에 1만대를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크롬캐스트의 국내 판매량은 1만5000대를 넘어섰다. G마켓은 14일 판매 직후 6000개를 팔아치웠다. 14~15일 온라인 선판매에서는 3200여개의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롯데이하이트, 옥션 등의 판매채널을 포함하면, 판매량이 사실상 2만대에 다달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롬캐스트는 USB를 닮은 HDMI단자가 달린 손가락만한 미디어 스트리밍 기기다. 단돈 5만원 밖에 하지 않는 이 기기를 HDMI 단자에 꽂을 경우 모든 모니터를 100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 TV로 만들어 준다.
사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에 있는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미러링’ 방식이 아니라, 유튜브 등 온라인에 있는 콘텐츠를 불러들이는 ‘클라우드’ 방식이라는 점에서 국내 진출에 어려움이 있었다. 사업자가 크롬 캐스트와 연동되는 앱을 따로 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구글은 국내 최대 N스크린 업체인 CJ헬로비전의 ‘티빙’, SK플래닛의 ‘호핀’과 맞손을 잡았다. 티빙 혹은 호핀에 가입한 후 크롬캐스트를 TV에 연결하면, 이들이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 채널뿐만 아니라 VOD(주문형비디오)까지 TV로 시청할 수 있다. 콘텐츠를 확보한 크롬캐스트는 우리나라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크롬캐스트는 가격과 편의성에서 국내 사용자를 만족시켰다는 것을 입증했다.
크롬캐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영상을 모니터의 종류와 관계없이 최적화된 사이즈로 변환된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크롬캐스트가 스트리밍 방식이기에 가능하다. 또한 단순히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아니라, 교육용으로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은 인기를 끌고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업체에게는 크롬캐스트의 성공이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먼저 유료방송 업계다. 다행히 국내 유료방송 이용료는 1만~3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이라 크롬캐스트의 등장이 곧바로 코드커팅(유선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영향력 있는 신규 채널이 등장하며 시청률 감소에 따른 기존 방송사의 광고수익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플랫폼 전쟁에서도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등 국내 기업이 구글에 뒤쳐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의 90% 가량를 구글의 플랫폼인 안드로이드가 점령하고 있다. 그런데 TV시장에서까지 구글 플랫폼이 장악하게 되면 이른바 '스마트홈'의 플랫폼을 구글에게 선점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국내 벤처업체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에브리온TV가 3월 내놓은 USB 동글형 OTT 기기 ‘에브리온TV 캐스트’ 판매는 1000대 수준이었다. 2012년 ‘다음TV플러스’도 초기 물량 2만대 소화에 어려움을 겪다 교육 등 B2B 영업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