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 알스톰을 놓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와 경쟁을 벌이는 독일의 지멘스가 공식 인수제안을 망설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회사의 청사진에 알스톰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조 카이저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회사의 청사진을 밝힌 가운데 천연가스와 미국사업을 강조하는 등 알스톰의 강점과 동떨어진 것을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날 카이저 CEO는 “앞으로 대형 화력발전소가 대세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화력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화력발전보다 천연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발전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탄과 관련한 미국과 유럽권의 규제가 엄격한데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 비용 부담이 적어 천연가스가 사업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WSJ는 카이저의 이번 발언에 대해 지멘스가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 인수를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GE는 지멘스에 앞서 알스톰에 170억 달러(약 17조4600억원) 규모의 인수안을 제시했지만 프랑스 정부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멘스가 다소 유리한 입장이지만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가격을 GE보다 높여야 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카이저 CEO가 화력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지멘스가 알스톰 인수를 망설이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회사가 인수하려는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는 화력발전이 중추 사업이다. 시장조사기관 샌포드번스타인의 스티븐 위노커 애널리스트가 알스톰 인수가 지멘스 에너지 사업의 방향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물어보자 카이저가 난색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회사의 성장세를 회복해야 하는 카이저 CEO는 아직 인수 제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늦어도 내달 16일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지멘스 측은 카이저 CEO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지멘스는 이번 주초 알스톰 에너지 사업부 공식 인수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이와 달리 GE는 망설이는 기색 없이 여전히 적극적이다. 알스톰의 에너지 사업부가 그만큼 매력적이라고 판단하는 까닭에서다. GE의 전력·수력부문 사업부 대표인 스티브 볼츠는 지난 4월 인수제안 사실을 밝히면서 “오늘날 세계 전력생산에서 화력발전은 주요 발전처이며 앞으로도 많은 지역에서 그 위상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