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에서는 영문으로 D이니셜을 가진 증권사들이 고객이 맡긴 돈을 횡령하는 등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전체증권사 중 이니셜 D로 시작하는 증권사들이 많기는 하지만 유독 이 이니셜을 가진 증권사들이 사고를 잇따라 내고 있어 고객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6월에만도 D증권사 두 곳이 사고를 쳤다. 26일에는 D증권 여직원이 고객예탁금을 무단 인출, 사용해 쇠고랑을 차게 됐고, 앞서 12일에는 또 다른 D증권 부지점장이 고객 돈으로 옵션투자를 하다 수 십억원의 손실을 냈다.
D증권 여의도지점에서 근무하던 K씨는 2004년 3월부터 할머니 등 노인고객 20명을 대상으로 고객예탁금 7억4000만원을 꿀꺽했다. 특히 K씨는 3달에 한 번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경찰진술에서 "4억원 가량을 어머니 당뇨 수술비와 생활비, 빚을 갚는데 썼고 3억원은 고객들에게 이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앞서 12일에는 또 다른 D증권 명동지점 부지점장이 20여명의 고객 돈으로 옵션투자를 해 60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국내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을 거쳐 지난 2004년 이 회사 경력직으로 입사한 C씨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연 8~10%대의 수익 보장을 약속하는 등의 수법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증권사 직원들의 횡령이 수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증권사들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물론 첫 번째 D증권의 경우 지속된 여직원의 횡령이 해당증권사 감사팀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되긴 했지만 이미 2년이상 횡령이 지속된 뒤였고, 두번째 D증권 역시 고객들의 항의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04~2005년) 고객자금 횡령 등 증권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무려 648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서도 D증권사들의 비중은 상당하다.
세번째 D증권은 전체 증권사 사고 건수의 19%를 차지할 만큼 금융사고가 빈발했고 네번째 D증권사는 300억원의 금융사고금액을 기록,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올 1분기에도 각종 횡령, 유용 등 위법행위를 저지르다 징계를 받은 26명의 증권사 임직원 중 D증권사 출신들은 12명이나 됐다. 한 D증권은 1명이 면직된 데 이어 감봉 5명 등 무려 8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사고가 터지면 회사 관계자들이 무조건 D증권으로 이니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D증권으로 시작되는 증권사가 많다 보니 은근슬쩍 또다른 D증권사들의 이름속에 묻혀가길 바라는 심산에서다.
말썽 많은 D증권사들. A, B, S 등 다른 이니셜로 이름을 바꾸면 좀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