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통령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참모, 즉 능력 있는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을 뽑는 ‘인사능력’이다. 대통령은 능력 있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장관을 뽑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대통령은 임기 내 이 일에만 집중해도 큰 무리가 없다. 국정에 인사만큼 중요한 게 없고, 분야별 국정은 장관이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라는 선언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열심히는 하는 것 같지만, 제대로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매주 부처별로 하달되는 청와대발 ‘대통령 지시사항’은 의욕 넘치는 리더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일을 잘하지 못하는’ 포맷 중 하나다.
부처들은 매주 적게는 네댓 건에서 많게는 10꼭지 안팎의 대통령 지시사항에 매달려 한 주를 보낸다.
‘지시사항’은 올 초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에게 부처를 장악하라고 지시를 내린 ‘일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부작용은 심각하다.
1기 내각 중 신이 나 일하는 장관이 별로 없었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장관 말빨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1기 내각 장관들은 스스로 ‘반쪽짜리 장관’이라고 불렀다. 곧 차관을 꿈꾸는 부처별 실·국장들은 청와대 대통령 지시사항이 늘 장관 말씀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국장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둘입니다. 누구 말에 귀 기울이겠습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선 장관 역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연 매출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창업 20년차가 넘는 농익은 성공 벤처기업가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그들에겐 개발, 재무, 영업, 글로벌마케팅 등 분야별로 하나같이 빼어난 담당 임원들이 충성스럽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기업가는 오랜 기간 숱한 시행착오 끝에 분야별 최고 전문가 스태프를 갖추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회사 규모가 커져 직원이 1000명, 혹은 3000명으로 늘든 항상 이들 핵심 임원의 업무 성과에만 집중한다. 조직규모가 커져도 흔들림 없는 경영성과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보면 10명 안팎의 핵심 임원하고 일한다. 베테랑 CEO들은 핵심 임원들이 제대로 일해 성과를 내는지, 기업규모에 맞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늘 따지고 고민한다. 아니면 가차 없고, 늘 대체자를 찾아 헤맨다.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장관에게 전권을 줘야 하고 복지·의료·교육·문화·국방·정보통신 등 분야별 정책은 장관들의 몫인 것이다.
그 방대한 분야를 대통령이 다 알 수도 없고, 알려고 노력해도 능력 밖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정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안목과 1등 장관 후보를 찾아내는 일이다.
1기 내각 때처럼 깜도 안 되는 인선을 반복하고, 장관을 반쪽짜리로 내몰아서는 결과가 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말씀만 있는 수석비서관회의도 문제다. 지금처럼 대통령 지시만 있고, 수석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숙인 채 받아쓰기만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대통령은 최고의 장관과 스태프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춤을 추게 해야 한다. 대통령 국정능력은 그들이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야 만들어지는 일이다.
규모의 경제에선 아무리 뛰어난 스티브 잡스도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걸 다할 순 없다. 직급과 연봉, 스톡옵션을 갖고 그 시대 최고 능력자를 영입하거나, 붙잡아두는 게 바로 CEO의 미션인 것이다.
박근혜 정권 1년여 동안 몸과 마음이 급한 대통령만 보일 뿐, 제대로 일하는 장관이 보이지 않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제대로 일하는 법을 모르는 탓이 크다.
박근혜 정권 2기 내각이 출범했다. 이젠 장관들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대통령은 제발 혼자서만 무작정 열심히 일하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하고,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장관을 믿고 맡겨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은 귀를 열고 최고 인재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은 측근과 정권탄생 일등공신, 조건없는 충성파 가신들로 가득 찬 인사풀을 더는 만지작거려서는 안된다.
통수권자는 국정 우선순위의 인사이트(통찰력)를 찾아내고 글로벌 안갯속을 헤쳐나갈 확신을 장관들을 통해 얻어야 한다. 대통령이 일하는 법이다. 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