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011년에 이어 또다시 업무방해죄 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판결을 내놓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최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금속노조 신라정밀지회 간부 6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이번 사건은 그런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지난 2011년 철도노조가 2006년에 진행한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인정하지 않은 것과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철도노조 불법파업과 관련,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 한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쟁의행위인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쟁의행위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불법 파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업무방해죄 적용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며 “현장에서 파업이 일어나면 보통 생산시설 마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심각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 등에만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파업과 관련한 업무방해죄의 처벌 범위를 종전보다 크게 제한한 것”이며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단순 파업의 경우 과거와 달리 처벌받는 사례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 신라정밀지회 간부 6명은 지난 2008년 3월 노조 설립 이후 사측이 노사합의를 거부하자 그해 4월부터 6월까지 노조원 48명에게 집단으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도록 해 사측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 지회장 최모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간부 5명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