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고 미안하다.”
퇴임을 앞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밝힌 소회다. 그는 박근혜정부 1기 경제팀 사령탑을 맡은 지난 1년 3개월여 동안 경기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돌이켜보면 경기 회복세에 어느 정도 불씨는 살아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서민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성장은 내 자식이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내 가게에 손님이 북적거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더 노력할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했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선 “경제성장률이 작년 1분기 2.1%, 2분기 2.7%, 3분기 3.4%, 4분기 3.7%, 올해 1분기 3.9%를 기록하며 경제 회복이 가속화되는 흐름을 밟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가슴 아픈 (세월호) 사고를 맞아 소비 등 경제심리가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2분기 성장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경기 회복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작년에는 경기가 바닥이었고 세계경제도 테일리스크가 해소가 안돼 위기 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내수를 중심으로 잘 지켜보면서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객관적인 현장 증거에 근거한 정책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정책을 할 때는 현장, 에비던스(evidence, 근거)를 갖고 정책을 해야한다”며 “정책을 하기 위해 통계를 찾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향후 정책 집행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작년 5월 미국 테이퍼링에 대한 버냉키 발언 이후 신흥국들에 비해 한국이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은 것도 나름대로의 선제 정책 덕분”이라면서 선제적인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또 “낙관론자들은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보는 데 비관론자들은 기회 속에서 어려움을 본다”며 “당국자들은 정책을 운용하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벼슬살이는 손님처럼’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재관여빈(在官如賓)’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개인 현오석은 떠나가지만 기재부 장관 자리는 경제가 일상이듯 늘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히 해 국민들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직원들에게 “(최경환) 내정자가 업무를 파악하고 청문회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후임자로 내정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훌륭한 분’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현 부총리는 “경력을 보더라도 정부, 국회, 언론에 계시면서 식견도 풍부하고 대통령을 모시고 여러 가지 큰 그림을 그리셨기 때문에 여러 과제를 남기고 가면서도 상당히 안도된다”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