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1년 전 취임 일성이다. 지난 1년간 그의 머릿속은 온통 성공적 민영화로 가득 찼다.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업황이 악화된 데다 STX 등 대기업 신용위험까지 터지면서 매 순간이 일촉즉발이었지만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문제들을 해결했다.
3차례나 무산된 대업을 잇는 수장의 책임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지만 이 회장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에 떨고 있는 직원들을 다독였다.
힘겹게 오른 고행의 길에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경남, 광주 등 지방은행을 떼내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도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말 많던 우리은행 매각 방안도 윤곽을 잡았다. 존속법인을 우리은행으로 둬 ‘115년 전통 은행’의 명맥을 이어가는 쾌거도 맛봤다.
이제 그는 두 번째 미션을 시작했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일이다. 해답은 해외에서 찾기로 했다. 중국-동남아-중동에 이르는 ‘범아시아벨트’의 완성이 최종 목표다.
◇9부 능선 넘은 민영화…반드시 새 주인 찾는다= 꼬박 1년이 걸렸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 이후 경남·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등 8개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도 성실히 이행해 나갔고 지방은행 매각의 걸림돌이던 수천억원의 세금 문제도 타협점을 찾아냈다.
이제 우리금융의 마지막 관문인 우리은행만이 남았다. 이번 매각은 ‘30% 통매각·10% 분할매각’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영권 인수뿐 아니라 투자 차익을 희망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가 가능하다.
입찰 흥행을 위해 1주당 0.5주의 콜옵션(추가로 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MB정부 시절 시도된 방식들과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진일보된 매각 계획에 시장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수조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보니 일각에서 인수합병(M&A)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목소리가 들리고 있지만 이전보다 가능성 자체는 확실히 높아졌다.
특히 이 회장은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우리은행 매각 방안 발표 닷새 전 그는 공적자금관리위원들을 만나 우리은행이 남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진심어린 수장의 한 마디가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그는 ‘115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이란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 계열의 민영화는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민영화 이후에도 은행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아시아 금융벨트’ 구축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 = 민영화 9부 능선을 넘은 이 회장은 이제 해외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동남아-중동에 이르는 ‘범아시아벨트’를 완성한다는 게 최종 목표다.
올 초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사우다라(Saudara)은행 인수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고 현재 인도네시아 우리은행과의 합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달 초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국내 은행 최초로 지점을 개설하고 터키, 이란, 이라크, 이집트 등 중동·아프리카 시장까지 진출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현지의 마이크로파이낸스(MF) 회사인 ‘말리스(Malis)’도 인수했다.
이들 국가는 은행업이 성숙되지 않았다. 이에 이 회장은 처음에는 마이크로파이낸스(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비은행업을 중심으로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후 은행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인도, 브라질에 지점 및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은행 최초로 브릭스(BRICs) 영업벨트를 구축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현재 5% 수준에 불과한 해외수익 비중을 15%까지 높이겠다”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아시아 시장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