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연비 판정과 관련한 부처간 혼선을 결론짓기 위해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혼란을 줄이기는커녕 키우는 모습이다. 재조사를 거친 최종발표에서도 관련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끝까지 상반된 발표를 하는 ‘초유의 엇박자’를 연출하면서다.
정부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자동차연비 재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나온 정부차원의 최종발표였지만 부처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 2개 차종의 연비 대해 국보투는 ‘부적합’ 판정을,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각각 내렸다.
당초 재조사를 시작했던 목적은 지난해 국토부와 산업부가 이들 2개 차종의 연비적합성에 대해 상반된 결과를 내면서 생긴 혼선을 막고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재조사의 의미가 없어졌다. 기재부는 “이번 재검증이 지난해 검증결과를 대체할 수 있는 판단 근거로서 충분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정부가 동일 차량의 연비에 대하여 통일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토부의 경우 부적합 판정에 따라 2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비 과장에 대해 최대 10억원(매출의 1000분의 1)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현대차와 쌍용차는 각각 10억원과 2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정부의 발표에 자동차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현대자동차는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정부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발했다. 현대차는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은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며 정부 조사과정에서 빚어진 혼선과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쌍용차 역시도 정부 발표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기업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된 것과 별개로 자동차 시장 자체의 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차 싼타페 소유자 3명이 지난 24일 현대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로 향후 집단소송에 참여자가 늘어나면 자동차업계와 소비자들의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부총리급 부처로서 정책혼선을 조율했어야 할 기획재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재부는 이번 재조사를 통해 연비 사후관리 검증 절차와 방식에 상당부분 개선이 있었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조차도 “그냥 두는 것만 못한 결과가 됐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발표를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