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일본 자본이다.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화 유동성이 확대되자 2012년 말부터 일본 자본의 한국 시장 공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국내 제2금융권이 일본 금융사 입장에서 매력적 수익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일본계 자본은 저축은행 업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부실 저축은행이 쏟아지자 이 틈을 일본계 자본이 비집고 들어왔다.
지난 2010년 12월 일본 오릭스그룹이 푸른2저축은행(현재 OSB저축은행)을 인수한 것이 첫 사례다. 오릭스는 지난해 11월 스마일저축은행까지 품에 안았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SBI그룹도 지난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SBI저축은행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곳은 J트러스트다. J트러스트는 일본 최대 대부업체인 다케후지를 흡수 합병한 로프로와 신용보증 업체인 일본보증, 신용카드회사인 KC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J트러스트는 지난 2월 현대해상 자회사인 하이캐피탈대부를 인수한 데 이어 케이제이아이대부(브랜드명 원더풀론)까지 인수했다. 네오라인크레디트까지 합하면 국내 대부업계 자산 4위다.
앞서 J트러스트는 지난 2012년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국내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에는 솔로몬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에서 5000억원가량의 대출채권을 매입하기도 했다.
또 영국계인 SC금융지주와 지난달 17일 SC캐피탈, SC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J트러스트는 최근 캐피탈 업계 2위인 아주캐피탈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J트러스트 측은 매각가보다 1000억원가량 많은 6000억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J트러스트가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경우 한국 내 총자산만 8조원에 육박하는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게 된다.
여기에 에이앤피파이낸셜(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은 지난 2월 예나래ㆍ예주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재일교포 3세인 최윤 회장이 이끌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일본계’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주주를 일본 법인에서 한국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시장(8조1000억원)의 55.1%를 차지한다. 지난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업체 당기순이익은 328억원이던 반면 일본계 대부업체의 당기순이익은 이보다 9배가량 많은 296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국 자본의 침투에 대해 업계 안팎에선 침체된 저축은행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국내에서 번 돈을 언젠가 빼내 갈 수 있다는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보험 시장에는 이미 외국계 자본이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외국계 금융사끼리 합작 보험사를 설립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악사(AXA)그룹과 프랑스 최대 규모 은행인 BNP파리바는 에르고다음 지분 투자를 통해 합작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목적으로 지분만 인수한 사례도 있다. 교보생명 2대 주주로 있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홍콩계 사모펀드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매각한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다.
농협이 인수하기로 한 우리아비바생명은 영국 아비바가 지분 47%, 우리금융이 53%를 갖고 있었고 이 중 영국 아비바의 지분 전량을 농협이 인수하게 됐다.
지난해 설립한 교보라이프는 교보생명이 74.5%, 일본 라이프넷 생명이 25.5%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