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철강협회는 안전경영 최우선 추진을 골자로 하는 안전경영 결의문을 채택했다. 앞서 철강업계는 ‘철의 날’ 행사에서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에 적극 동참하기로 선언한 바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안전사고 근절 결의대회를 열었고, 현대제철은 안전경영총괄대책위를 신설하며 안전경영의 의지를 표현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기업들의 다짐은 빛이 바랬다.
지난 1일 포스코 광양제철 후판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화상을 입었다. 지난해 6월과 7월에도 폭발사고와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한 해동안 10명 이상의 노동자가 숨진 현대제철에서도 올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는 압연라인 정비 도우 사내하청 노동자 한 명이 기계 장치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철강업계의 재해율이 높은 이유는 업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위험요소가 많은 데다 하청으로 들어온 협력업체들이 안전관리를 충분히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용준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실 안전기술인증팀 팀장은 “철강업 공정에 고열물질 취급이 많고 온도가 높을수록 에너지가 크다 보니 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폭발이 일어나고, 공정에 들어가는 여러 물질이 대형화돼 위험성이 높다”며 “특히 건설이나 조선, 철강의 재해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지난해 재해자수는 905명으로 이 가운데 30명이 사망했다. 재해율은 1.39%로 산업계 평균 재해율 0.59%의 두 배를 웃돌았다. 올 1분기까지 집계된 재해자수도 215명으로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재해율은 0.33%로 산업계 평균 재해율 0.13%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철강업의 재해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안전관리를 함께 책임지고, 안전관리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용준 팀장은 “좋은 관리감독 제도가 있더라도 안 지키면 소용이 없다”며 “업체가 산업안전 절차를 안 지켰을 때 정부가 행정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장치가 필요하고, 개별 회사도 항상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석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과장도 “수많은 협력업체가 공장에 들어와 작업하고 있지만, 하청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개별적으로 안전관리를 충분히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청업체가 책임지고 하청업체의 안전관리를 함께 관리하는 종합적인 안전관리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