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예정됐던 이통 3사의 팬택 출자전환 여부 결정이 오는 8일로 연기됐다. 이통3사가 팬택의 출자전환에 대해 이렇다할 제스처를 취하지 않자, 팬택 채권단이 공문을 보내 연기토록 한 것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선 출자전환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손실이기 때문에 선택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통3사 모두 출자전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팬택 채권단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9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채권단은 팬택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통사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추진하는 매출채권은 4800억원 규모다. 이 중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매출채권은 3000억원이고, 이통3사가 보유한 팬택의 매출채권은 1800억원이다. 채권단은 3000억원을 이미 출자전환키로 했으나 1800억원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통3사가 이에 부정적이어서, 남은 기간 이통3사를 대상으로 적극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통3사가 출자전환에 반대하는 것은 출자전환시 출혈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통3사는 출자전환 후 지위가 채권자에서 주주로 바뀐 상태에서 팬택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주주로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이 자금과 브랜드 가치가 경쟁사보다 떨어져 재기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팬택이 출자전환 이후 매각 수순을 밟을 전망인데다, 기존 주식에 대해 10대1 감자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는 리스크 역시 이통사로선 큰 부담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팬택에 대한 동정론도 있다. 사상 최장 기간 영업정지 등으로 팬택의 경영 악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이통사가 팬택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따라 이통3사가 끝내 팬택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이통사의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를 쓰면서, 1800억원 때문에 550개의 거래업체와 8만여명의 관련 종사자가 딸린 팬택을 무너뜨리는데 비수를 꽂은 격이기 때문이다.
팬택측은 출자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이통 3사에 아쉬운 속내를 하소연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6월에만 해외시장에서 피쳐폰(일반폰) 60만대를 판매하고 국내에서도 올해 초까지 계속 흑자 판매고를 유지했다”면서 “지난 3월 역대 최장 기간의 이통3사 영업정지 때문에 잠깐 주춤한 것 뿐인 만큼 전반적인 경영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에 앞서 정부에 보조금 상한선과 관련해 팬택에만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이통3사의 출자전환을 촉구했다.
이통3사가 출자전환을 하지 않으면 팬택은 법정 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통사들은 매출채권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