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대구 홈플러스 성서점에 입점한 A업체 소속 판매직원 이모(56·여)씨는 수산물 파트 선임 K씨(32·남)로 부터 당한 일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이씨는 “아들 뻘 되는 K씨가 지시한 일을 다하지 못할 경우 가혹행위와 욕설을 퍼붓는 것은 물론, 심지어 이씨 소속 업체의 입점 취소 협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인간적으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냉동창고 감금 사건. 이씨에 따르면 K씨는 항상 입점업체 직원들에게 ‘직영(홈플러스 매장업무)’ 업무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 그가 시킨 일을 다하지 못할 경우 K씨는 곧 바로 이씨를 수산물을 보관해놓은 냉동창고로 들어가게 했다. 이씨는 “냉동창고에서 들은 욕설은 정말 내가 과연 사람인가 할 정도로 치욕적이었다”며 “영하 18도라 5분만 있어도 눈썹이 하얗게 얼 정도였는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입점업체 직원과 홈플러스 아르바이트 학생도 비슷한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말했다.
입점업체 일만으로도 눈코뜰새 없지만 냉동창고 감금을 모면하기 위해 이씨는 출근 두시간 전인 7시 부터 일과를 시작했다. 퇴근 때도 직영일을 마치지 못하면 1~2시간 더 남아 일을 끝내야 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노동시간보다 3~4 시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오후 3~4시 수산물 매장 청소 시간 때 입점업체 직원들만 청소를 했다. 김이나 미역 등의 수산물 유통기한 확인 작업도 홈플러스 직원들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모두 입점업체 직원들의 몫이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K씨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 2시간 동안 입점업체 일을 하고 오전 9시부터는 직영 일을 하라’고 지침까지 내렸다. 회의 때마다 K씨는 “점장님이 업체 일은 하나도 안해도 아무말 안하니 직영일만 잘하면 된다”면서 직영일을 강요했다. 이씨는 “점장 지시가 K씨의 입을 통해 전달됐다면 홈플러스가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혔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인격적인 모욕이었다. 이씨는 K씨가 특정 직원들에게 모욕적인 막말과 반말을 습관처럼 쏟아냈다고 했다. 수산물 파트 미팅 때 K씨는 “늙어가지고 일도 못하는 주제에 (말도 안듣는다)”면서 모든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면박을 줬다.
업무는 퇴근 이후에도 이어졌다. 홈플러스는 입점업체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2건씩 훼밀리 카드 계약을 따오라고 강요했다. 카드 계약 실적을 채우지 못한 일부 직원들은 곧 바로 냉동창고로 향했고, 다른 직원들이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단체로 가혹행위가 가해지기도 했다. 이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일주일에 50매까지 계약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홈플러스의 취업 방해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5월 입점업체 매장이 철수되면서 직장을 잃은 이씨는 재취업을 위해 동네 작은 마트에서 일하기로 확답을 들었다. 하지만 며칠 후 다시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알고보니 점장이 홈플러스 출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현재 대구서부 고용노동청에 홈플러스의 취업방해와 강제노동, 부당노동행위 등과 관련해 진정서를 접수한 상태다.
이씨의 주장에 홈플러스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측은 “냉동창고 감금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성서점에 확인해 봤더니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전해들었다”며 “업무시간 부분도 바캉스 기간에 전 직원이 조금 일찍 출근한 것을 부풀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홈플러스 성서점은 대구시가 50년 동안 시유지를 빌려준 뒤 사용료로 매년 공시지가의 1%만 받기로 하는 등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수산파트는 지난해 고등어와 갈치, 오징어 등 수산물을 냉장시설이 없는 가판대에 진열판매하거나 당일 판매하지 못한 냉장해동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판매하다가 관할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