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자금을 가계소득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내 유보금을 배당이나 근로자의 임금 등으로 돌리는 기업에는 세제·금융 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취임 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자금흐름 개선을 통해 ‘가계소득증대→내수활성화→잠재력 확충’이라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의 당기 이익금에서 세금, 배당금, 임원 상여 등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빼고 사내에 쌓아두는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계열사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에 달하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가계부채 문제나 여러 내수문제 이런 것들이 결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지 않고는 어렵다”며 “기업의 파이도 키워야겠지만 기업의 유보나 이런 것이 투자, 배당, 임금으로 해서 가계 쪽으로 흐르게 하는 게 긴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정부가 우선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 유보금에 대해 더 높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등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등 야당 의원 12명이 적정 유보 소득을 초과하는 경우 이 금액에 15% 세율을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정부·여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안을 확정하게 되면 정부·여당이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 된다. 최 후보자는 “내수 진작을 위해 (일자리가 아닌) 가처분 소득 증대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보수 정당으로서 여당이 추진해온 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직원 성과급 등으로 환원하는 기업에 대해선 세제·금융 지원책을 제시하는 방안도 함께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직원 성과급이나 배당 등으로 돌려줄 때에는 비용으로 처리해줌으로써 세제 상의 혜택을 주던 것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률 상향 △근로소득 장려금 지급대상 확대 △비정규직 임금·처우 개선 등의 계층간 소득격차 해소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