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손녀를 돌본 경험이 있는 할머니가 그렇지 않은 할머니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아동가족학과의 전혜정 교수와 석사과정 오소이 씨는 육아정책연구소의 학술지 '육아정책연구'에 발표한 '손자녀 양육 경험이 중노년 여성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고령화연구패널조사 3차년도 자료를 분석해 14일 이같이 소개했다.
연구 결과 "10세 이전 양육을 도와준 손자녀가 있다"고 답한 중노년 여성들은 "동년배의 다른 분들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삶의 질(행복감)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느냐"는 문항에서 100점 만점에 61.07점을 보였다.
반면 손자녀 양육 경험이 없는 여성의 삶의 만족도는 57.59점으로 3.48점 낮았다. 연령, 혼인상태, 주관적 경제상태, 주관적 건강상태 등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다.
자녀와의 전반적인 관계 만족도도 손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이 71.49점, 경험이 없는 여성이 67.48점으로 손자녀를 돌본 적이 있는 여성이 4.01점 높았다.
또 분석 결과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는 손자녀 양육 경험이 할머니의 삶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할머니들이 손자녀 양육을 통해 자녀와 연결감, 연대감을 느끼면서 자녀와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자녀와의 관계가 친밀해지면서 삶의 만족도도 더불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우울감의 경우 손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이 17.95점, 없는 여성이 18.85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 결과는 언론매체에 의해 형성된 황혼육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는 다소 상반된다"며 "손자녀 양육으로 초래될 수 있는 일부 부정적 영향력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일반화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자녀 양육 경험이 중노년기 여성에게 보편적인 경험이 된 상황에서 손자녀 양육의 부정적 영향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에도 주목하고, 긍정적 효과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