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이동통신사 3사에 요청한 채무 유예기한 연장안을 두고 채권단과 이통사가 서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팬택은 지난 15일 이통 3사를 직접 찾아가 채무 1800억원의 상환 기간을 2년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통 3사가 채권단에서 팬택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내놓은 채무 출자전환을 거부한데 따른 자구책을 낸 것이다.
채권단은 지난달 팬택이 갚아야 할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오는 2018년까지 원금상환을 유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단 이통 3사가 동참해야 회생계획안을 채택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이통 3사는 ‘침묵’으로 거부의사를 밝혔고, 채권단은 이통사들이 답변을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채권단과 이통 3사의 자세는 이번 팬택이 채무상환 유예 기한 연장을 요청한 후에도 이어졌다.
우선 팬택의 요청을 직접 받은 이통 3사는 채권단에서 유예 기한 연장 내용을 추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해야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무기업이 채권단을 거치지 않고 제안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채무상환 연장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라며 “채권단쪽에서 정식으로 요청할 경우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인 만큼 실익과 향후 파장 등 입체적인 분석을 통해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권단은 이통 3사에서 팬택의 요청안을 받아들인다고 먼저 대답해줘야지 기존 회생계획안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통 3사가 유예기한 연장을 수용할 지 불투명한 상황에 무턱대고 회생계획안을 바꿀 수 없다는 설명이다. 채권단은 현재 이 사안을 논의할 회의 일정 조차 잡지 않고 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통 3사가 유예기한 연장에 대한 입장을 밝혀준 다음에 채권단이 수정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팬택 협력사 협의회는 정부, 채권단, 이통사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17일, 18일 이틀 동안 집회를 연다. 첫 날에는 을지로에 위치한 SK T타워에서 집회를 연 후 청와대 입구에 있는 청운효자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튿날에는 오후 4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