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거래소가 의욕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코스닥리서치프로젝트(KRP)가 참여 증권사의 강력 반발로 시행 5개월 만에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A사 등 일부증권사에서는 내년부터 KRP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래소 측에 통보하기도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거래소는 KRP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이달 부터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관계자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거래소측과 증권사간 확연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RP는 증권선물거래소가 코스닥종목 정보 부진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도. 기업분석을 원하는 코스닥기업이 300만원을 내고, 증권선물거래소가 700만원을 지원, 거래소가 지정한 증권사 두 곳이 각각 500만원씩 받고 각 4회씩 총 8회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기업 96개사와 증권사 15개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3월 20일 첫 보고서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220여개가 작성됐다.
KRP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분석 대상 종목을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접수받아 배분한다는 점 ▲분석 대상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 등의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B 증권사 리서치 관계자는 "KRP 종목에서 제외된 VK(부도)와 카프코씨앤아이(횡령)의 사례처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기 위해 객관적인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분석 종목 선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KRP 분석 대상에 포함됐던 VK는 굿모닝신한증권과 SK증권에서 두차례 보고서가 나왔으나, 이후 회사가 최종부도 처리되면서 대표적인 종목 선정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카프코씨앤아이는 회사가 횡령 사건에 연루되면서 참여증권사들의 건의에 따라 분석 종목에서 제외됐다.
C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KRP에 참여한 댓가로 받는 돈은 증권사 수익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지 말고, 거래소 지원자금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일반 보고서처럼 투자의견을 자유자재로 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관련 거래소 측은 "증권사들에게 고르게 종목을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거래소가 종목을 접수 받아 증권사를 지정해주는 것"이라며 "분석대상 기업에게 받는 자금도 모두 취합한 뒤 증권사에 배분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객관적으로 분석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KRP를 둘러싸고 거래소와 증권사간에 문제 인식 차이가 큰 상황에서 거래소는 내년에는 더욱 이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KRP를 주관하고 있는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는 10월 경에 증권사, 언론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더 수렴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분석기업을 늘리고, 참여 증권사도 확대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