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박지성을 ‘히딩크의 황태자’라 했나 [오상민의 스포츠 인물사]

입력 2014-07-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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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히딩크의 황태자’였을까. 박지성은 히딩크를 통해 많은 것은 얻었다. (사진=뉴시스)

박지성(33)은 ‘히딩크의 황태자’였을까. 밑도 끝도 없는 물음에 이끌려 1990년대 초반을 회상해본다.

박지성에게 히딩크는 분명 ‘구세주’였다. 히딩크를 만나면서 비주류에서 주류가 됐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었다. 박지성은 월드컵 후에도 히딩크를 따라 네덜란드로 떠나 유럽 진출 꿈을 이뤘다. 과연 히딩크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래서 박지성을 ‘히딩크의 황태자’라 불렀다.

히딩크를 만나기 전 박지성은 평범했다. 아니 평범해보였다. 수원 세류초등학교 4학년(1990) 때 축구에 입문해 경기 화성의 안용중을 거쳐 수원공고를 졸업할 때까지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999년 명지대 진학 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파벌에 밀려 주류가 되지 못했다. 올림픽 후에는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교토상가)에서 프로 데뷔해 맹활약했지만 대표팀 발탁은 꿈같은 일이었다.

히딩크는 평범한 박지성에게 태극마크라는 날개를 달아줬고, 질주본능을 일으켰다. 그저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청년 박지성은 그때부터 ‘산소탱크’가 됐다.

박지성표 ‘산소탱크’에는 유럽인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박지성은 첫 시즌에 대한 부담과 적응력 부족, 그리고 잦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은 온전히 박지성의 몫이었다.

▲히딩크의 박지성에 대한 무한신뢰에는 박지성의 성실성과 꾸준한 노력이 담보돼 있었다. (사진=뉴시스)

그때 히딩크는 다시 한 번 박지성의 ‘구세주’가 됐다. 박지성의 성실함을 누구보다 신뢰했고, 마지막까지 박지성을 중용했다. 이에 박지성은 2004~2005시즌 PSV아인트호벤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신화를 이끌며 히딩크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

PSV아인트호벤 팬들은 ‘위송빠레(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라는 박지성 응원가를 만들어 연호했다. 자신을 야유하던 사람들마저 자신의 팬으로 만든 기적같은 일화다. 박지성은 그해 세계 최고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자신의 축구인생 정점을 찍었다.

박지성과 히딩크. 참으로 드라마틱한 인연이다. 그러나 한국 스포츠사엔 ‘박지성=히딩크 황태자’로 기록되지 않는다. 히딩크의 신뢰도 박지성의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박지성은 수원공고 진학 당시 신장이 164㎝에 불과했다. 게다가 평발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는 동안 평발인지도 몰랐다. 평발이 불리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가끔 발이 아플 때마다 운동을 많이 하면 당연히 아픈 거라 생각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박지성 선수와 축구를 하면 항상 축구가 쉽고 재미있었다”라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말처럼 박지성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팀을 위해 보이지 않게 희생하는 존재다. 그리고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불세출 축구영웅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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