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매일 새벽 3시 30분 기상하는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하루를 웃음으로 연다. 서울 홍제동에 사는 김 행장은 집 근처에 있는 홍제천을 매일 1시간 동안 ‘속보(速步)’를 하며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올해 초 취임 때만 해도 홍제천 속보 운동은 고민의 길이었다. 취임 초 농협은행 체질 개선을 선언한 터라 매일 6~7㎞가량을 걸으며 해결 방안을 구상하는 데 주력했다. 발걸음 역시 무겁기만 했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지난 김 행장에게 요즘 홍제천 속보 운동의 발걸음은 가볍다. 2분기 들어 직원들의 영업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정체된 조직에 활력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행장 취임 6개월 만에 농협은행 체질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김 행장은 연초부터 주택청약저축, 펀드, 방카슈랑스, 외국환 등을 영업 기반으로 하는 수수료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같은 노력은 농협은행이 여타 시중은행을 제치고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 방카슈랑스 판매 부문 등에서 1위에 올라서는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농협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 61만2000좌, 소득공제장기펀드 5만2000좌, 방카슈랑스 초회 보험료 7940억원 등의 실적으로 은행권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김 행장은 취임 이후 첫 번째 성적표라 할 수 있는 1분기 실적에서 3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STX그룹 관련 출자전환 주식 손상차손과 대손충당금의 추가 적립 등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더 큰 문제는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판관비로 지출하는 비율인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김 행장이 출발부터 체질 개선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다. 이를 위해 김 행장은 열심히 뛰고 땀을 더 흘리는 직원이 보상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최초로 도입한 성과보상제는 영업력 회복에 일등공신이 됐다. 목표 이상 달성 부문 직원들 대상으로 성과급 배분을 공식화하고 이는 곧 실적으로 증명됐다.
김 행장은 지난 18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농협은행이 턴어라운드한 데 따른 공로를 전 직원에 돌린 것이다.